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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라보다
바다
2009

by 조아름

2009.09.01

현 2~30대라면 90년대 후반 가요계를 촉촉하게 적셔줬던 세 명의 '요정'을 기억할 것이다. 여성그룹은 뜨기 힘들다는 통용된 룰을 깨고 새털구름 같은 남성 팬을 몰고 다녔던 S.E.S. 핑클의 옥주현과 마찬가지로 그룹 내 메인 보컬로 두각을 보인 바다는 예상대로 솔로의 길을 선택했다.

여럿이 공존하는 그룹 안에서 진지하게 비교당할 일은 많지 않다. 셋이면 셋 넷이면 넷 모두에게 주어진 포지션이 있고 각자의 개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뿐, 굳이 순위를 매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늑했던 둥지의 문을 열고 나오면 그 때부터 얘기는 달라진다. 숱한 비교의 대상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물결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몰이 선박으로 쉬이 넘길 것인가 경험한 적 없는 통통배로 갈아타 물살을 가를 것인가. 이제 그녀는 선택을 해야만 했다. 3집까지는 이미 뚫린 항로를 지나가는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뮤지컬이라는 도전, 새로운 무대에서의 성공을 밟아가며 만든 4집은 선택 앞에 즐비해 있던 고뇌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4집, < 바다를 바라보다 > 는 내 능력을 얼마만큼 끌어 올려 보여줄 것인가 보다는 작은 점이라 해도 또렷이 보이도록 찍어 내겠다는 바다의 결심이 서려있는 앨범이다. 다소 의외였던 타이틀곡 선정이 그 사실을 말해준다. 한 번 들어선 쉽게 수용할 수 없는 몇 가지 요소는 걱정마저 들게 했지만 결과적으론 'Mad'를 인기가도로 안내한 핵심 포인트가 되었다.

바다의 목소리는 빠른 비트 속에서 감칠맛이 배가 된다. 'Mad'는 화려한 리듬이 잠깐의 혼란을 유발하긴 하나 유연한 보컬은 곧 갈 길을 잃은 귀를 잡아당긴다. 80년대 디스코 멜로디에 일렉트릭 사운드로 균형을 맞춘 'Dilemma', 'Dance Mission', 'Generation Next'는 'Locomotion'의 카일리 미노그를 떠올리게 하며 댄스 여신의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또 '여자는 울고', '오후의 산책', '웃어라, 캔디야'로 간추려지는 발라드를 2~3곡의 간격을 두고 배치해 듣는 이가 지치지 않게 배려하면서 동시에 섬세한 표현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여자 가수의 발라드는 반드시 신파모드여야만 하는 것처럼 틀을 고수한 점에 있어선 아쉬움이 들지만 말이다.

앨범을 듣는 내내 던져버릴 수 없었던 생각은 바다가 뮤지컬 배우로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녀의 뛰어난 해석력은 다방면의 경험과 시간의 노력이 가져다준 결실일 것이다. 길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포스터 같은, 새로 나오면 그 위에 몸을 포개어 덮어버리면 그만인 유행가가 판을 치는 지금의 가요계에 다시 돌아와 준 언니가 반갑다.

-수록곡-
1. 바다를 바라보다...
2. Yes I`m In Love (Feat. 2PM 택연)
3. Mad (Feat. 언터쳐블) [추천]
4. 여자는 울고
5. Dilemma [추천]
6. Dance Mission
7. 오후의 산책
8. Honey Honey
9. Generation Next [추천]
10. 웃어라, 캔디야
11. Reach out
12. Mad (Feat. 언터쳐블) (Special Rap Ver.)
13. ...나요 (With 유진) (Bonus Track)
조아름(curtzz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