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의 강타, 신화의 신혜성이 그랬던 것처럼, 혹은 핑클의 옥주현이 그랬던 것처럼, 보통의 아이돌 그룹이 쪼개지면서 각자의 길을 찾을 시점에는 개중 노래를 제일 잘 하는 멤버의 행보가 우선 주목되곤 한다. SES 멤버 중 발군의 가창력을 가진 바다의 독립 선언도 당연한 수순이었을까. 그간 두 장의 앨범을 발표하여 여전히 산뜻한 음악, 히트 예감의 찬란한 곡으로 홀로 무대에 섰지만 슈와 유진의 몫을 확실하게 커버하지는 못했다. 경쾌하고 청량한 무대매너로 보는 눈을 흐뭇하게 했던 SES 이후의 반응에는 약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바다는 물론이거니와 유진과 슈도, 핑클의 이효리 만한 일당백의 파워를 갖고 있지는 못했다.
첫 번째로 SES 연장선상의 경쾌한 디스코 곡 'Music', 방향을 바꿔 나긋한 '오로라'를 2집에서 노래했던 이후 바다는 2집의 노선을 확장했다. 더 깊고 진한 발라드를 음미한다. 나카시마 미카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타이틀 곡 'Find the way'는 벅벅 소리를 질러대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바이브레이션을 자랑하지도 않는, 그저 침착하고 정적인 곡이다. 그런 정중동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자 과감하게 화장도 지웠으며 부클릿에 담긴 의상 코디도 꽤 일상적이다. '우리 다시'도 그 맥을 이어가는 곡이며, 성숙해진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대 선배 장혜진의 '내게로'와 이상은의 '사랑할 거야'를 리메이크 곡으로 낙점했다. 이런 앨범을 들고 나온 지금으로서는, 뮤지션으로서의 도약이라고 말하기는 좀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유진이나 슈처럼 연기자 선언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역시 노래는 제대로 한다. 제이팝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기분 좋은 댄스 곡 'VIP'와 'Destiny', 해수(海水)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화려한 편곡의 'Beyond', 슬로우 템포의 비트로도 여전히 삭지 않은 가창력을 발휘하는 '곁에 있으니까'와 '이렇게 난' 등 선곡과 편곡의 다채로운 폭을 자랑하면서도 노래라는 중심을 잃지 않는다. 딱히 흠 잡을 구석 없이 탄탄한 밀도를 갖춘 앨범이다. 그래도 아쉬움을 찾아야 한다면 SES 시절에 대한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다. 바다의 노래는 거부할 수 없는 것이지만 TV를 통해 바다와 만나는 우리는 노래 주변의 아기자기함을 은근히 원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바다는 믿음직하게 노래하고 있지만 SES라는 모성이 그리운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는지 타이틀 곡 'Find the way'의 뮤직비디오에는 유진과 슈가 우정출연했다. 그리고 SES는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들이 그러하듯 이벤트 형식의 이합집산을 준비하고 있다. 바다의 세 번째 새 앨범은 SES의 재결성 소식과 함께 공개되었다. 바다는 어떤 활동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을까. 유진과 슈가 각각 걸어 온 길이 "성공한 독립"이라고 말하기 망설여지는 것처럼, 바다 역시 혼자 해 보고 싶은 음악을 세 번 하고 준 뮤지션의 원을 풀었으나 바다가 건너는 망망대해는 그렇게 관대하지 않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팬들의 환호가 예약되어 있는 그룹의 품이다.
-수록곡-
01. Intro
02. Find The Way (작사 : 바다 / 작곡 : Lon Fine (COLDFEET))
03. 우리 다시 (Diary) (바다 / 김장원)
04. V.I.P (한상원 / 한상원)
05. Destiny (바다 / 고영조)
06. 사랑할 거야 (Forever Love) (최영 / 원경)
07. 내게로 (One Step Slower) (박창학 / 유정연)
08. Beyond (Talesweaver O.S.T) (엄지영 김지연 / 남구민)
09. 곁에 있으니까 (Place Of Sun) (바다 / 일본곡)
10. 이름 없는 별 (Like A Shining Star) (One Take Ver) (바다 / 이현민)
11. 이렇게 난 (Here I Am Waiting) (최진혁 / 이한민)
12. V.I.P Remix BY east4A
13. Find The Way (Instrumental)
프로듀서 : 바다, 이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