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琉璃假面
김윤아
2004

by 김소연

2004.03.01

'프론트맨'이라는 남성 우월적 단어에 당당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만큼 자우림의 카리스마를 규정하고 있는 '프론트우먼' 김윤아는 재기가 번뜩이는 여성 뮤지션이다. 여성으로서 밴드를 이끈다는 점도 국내 음악 씬에서는 튀는 모습일 텐데, 밴드 생활 속에서 음악적 표현의 한계를 느꼈는지 자신만의 입김을 불어넣은 솔로 음반에 주력하고 있다.

첫 번째 솔로 앨범 <Shadow Of Your Smile>에서 나타난, 직언을 내뱉던 여성 로커의 독백은 놀랍게도 그늘지고 얼룩진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읊조리는 것이었다. 국내 여성 가수들에게서 들을 수 없었던 보컬의 창법을 세공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그것은 뷰욕이나 토리 에이모스 등 서구의 대형 여성 뮤지션들을 모방한 흔적을 품고 있었으나 신보 <유리가면>에서는 자신의 가면을 찾아가고 있다는 인상을 풍긴다.

특히 무너져 내리는 짙은 음울함이 잠식하는 사운드는 유니크한 음악 문법을 써내려가고 있다. 광기 어린 기묘한 그 문법은 탄탄하며 인상적이다. 그러나 감동의 한계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소수와의 공감에도 만족하는 자의식을 과잉 섭취한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요요마의 프로듀서인 호르헤 칼란드렐리아를 모셔왔다는 이유로 김윤아의 음반은 '탱고화' 되어버렸지만, 사실 탱고 문법이 쓰인 곡은 3곡에 지나지 않는다. 격정적 리듬과 슬픈 선율이 모순을 이루는 점을 왜곡될 수밖에 없는 사랑의 모습들을 표현하기 위해 차용한 것이다. 호르헤 칼란드렐리아와 같이 편곡한 덕택으로 국외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정도의 미끈한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나는 위험한 상상을 상상한다' 등의 곡들이 표현되었다.

따라서 탱고 외의 사항을 지나칠 수 없다. 마치 푸가 형식에 곡조와 목소리를 덧붙인 듯한, 단조로운 피아노의 건조하고 정제된 반주에 보컬의 메마른 떨림이 함께하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콘트라베이스의 묘한 퉁김으로 시작해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세상의 끝', 이병우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곡 전체의 매력을 그리는 '봄이 오면 G' 등이 그것이다. 마치 뷰욕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듯한 '미저리'는 아코디언의 구슬픔으로 휘감기는 춤곡이며, 멜로디의 유연한 개성도 돋보인다. 지독히도 멜랑콜리한 단조와 저음의 매력을 발산하는 악기들의 음색은 다소간의 트립합을 가미한 '증오는 나의 힘'에서 모두 소진된다.

또한 현란한 단어의 조합을 통한 수사법은 매력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포장이 과도하게 화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뒤따른다. 우울함에 찌들은 극단의 자아의 이야기는 (사회의 권위에 대한 증오감을 나타낸 '증오는 나의 힘'을 제외하고는) 깊이 패여 치유될 수 없는 사랑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언어의 포장술로 심오하게 느껴지게 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김윤아는 뛰어난 재능을 업그레이드된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주류와 비주류를 넘나들던 자우림도 아니요, 거친 록 사운드에 몸을 싣던 로커도 아니다. 자의식을 극적으로 슬픈 정서의 음악 틀에 쏟아 부으려 노력했다.

그렇듯 건져내기 힘든 뮤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작위의 냄새가 풍기는 것은 과장된 언어와 음악이 아직 그가 발전 도상에 있음을 일러주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음악 외적인 것에서 보여주는 행동들, 이를테면 자우림 3집 수록곡인 '미스코리아'를 통해 외모지상주의에 통렬한 일침을 가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화장품을 비롯한 다수의 광고 모델로 분한 일 등도 그렇다.

-수록곡-
1.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작사 : 김윤아 작곡 : 김윤아)
2.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 (김윤아/김윤아)
3. 세상의 끝 (김윤아/김윤아)
4. 夜想曲 (김윤아/김윤아)
5. 나는 위험한 사랑을 상상한다. (김윤아/김윤아)
6. 봄이 오면 G (김윤아/김윤아)
7. Melancholia (김윤아/김윤아)
8. 미저리 (김윤아/김윤아)
9. 봄이 오면 P (김윤아/김윤아)
10. 증오는 나의 힘 (김윤아/김윤아)
11. girl talk (김윤아/김윤아)

프로듀서 : 김윤아
김소연(mybranch@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