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hadow Of Your Smile
김윤아
2001

by 이경준

2001.12.01

자우림의 프론트우먼 김윤아는 현재 국내 대중 음악 씬을 진두지휘하는 여성 록 싱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1997년 '헤이 헤이 헤이'를 히트시키며 대중들의 시야에 강하게 포착된 이 보컬리스트는 이후 '밀랍천사', '일탈', '미안해 널 미워해', '매직 카펫 라이드'등의 히트곡들로 수많은 팬들을 자신의 휘하로 두며 '악당마녀'라는 닉네임까지 얻어냈다. 지금까지 그녀를 규정지었던 것은 단연 도발적이고 강렬한 보컬 톤이었고, 그것이 실제로 그녀의 매력포인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그녀의 솔로 앨범 <Shadow Of Your Smile>에서 그런 면은 발견하기 힘들다. 그룹 활동과는 전혀 별개라고 밝힌 바 있는 그녀의 이번 프로젝트 음반은 그녀의 도전적인 이미지 이면에 묻혀 있던 정(靜)적인 부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곡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정도로 처져 있으며, 용솟음쳤던 그녀의 보이스컬러 또한 침착하게 절제되어 있다. 그것은 앨범 제작 당시부터 그렇게 의도되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수록곡 14곡(3곡은 보너스 트랙)은 한결같이 고양됨 없는 감정의 평형상태를 이루고 있으며 김윤아의 보컬은 큰 동요를 일으키기보다는 작은 물결파장을 만드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그녀는 솔로의 장점을 십분 알고 있었으리라. 그룹 활동에 묻혀 꼭꼭 숨겨야만 했던 내면세계를 공개하는데 솔로만한 수단이 있을까. 그녀는 가시적인 영역의 뒷부분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녀의 일기장은 고요한 팝과 소프트 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차분한 흐름을 끝까지 가져가며 앨범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Flow', 스트링 편곡과 피아노 반주 두 가지 버전으로 실린 '담', 그 타이틀처럼 우울한 심상을 남기는 'Blue Christmas', 독백조의 보컬이 인상적인'Regrets'등은 모두 과거 그녀의 이미지와 절연한 듯 깊게 가라앉아 있다. 나름대로 '튄다'고 할 수 있을 트랙들인 탱고리듬의 'Tango Of 2', 구전 동요로 유명한 '파랑새' 역시 대세(?)를 거스를 정도는 아니다. 이영애, 유지태 주연의 영화 <봄날은 간다>에 삽입되어 인기를 끌고 있는 '봄날은 간다'도 마찬가지다. 넬(Nell)과 마찬가지로 김윤아는 앨범 전체를 한 정서로 끌고 가는 고집을 발휘한 것이다.

그 고집의 결과물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것은 팬들에게 달려 있다. 아티스트가 지닌 표출욕구의 발로를 이해하는 팬들에게 이번 앨범은 무난히 수용할 수 있을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쨌든 그녀의 도박은 상업적 성패에 관련 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듯하다. 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은 뮤지션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국 모던 록 부흥의 한 장을 개막한 팀의 얼굴이라는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자의식으로의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경준(zakkrand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