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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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2010

by 조아름

2010.05.01

2~30대 여성들이 이별 후 홈페이지 배경음악으로 가장 많이 올려두는 노래가 '사랑,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라고 한다. (실연의 상처를 제목만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알릴 수 있기에 그렇기도 하겠지만) 여성들에게 있어서 김윤아는 맨얼굴로 만나도 어색함이 없을 것 같은 드물고도 드문 아티스트다.

그녀는 1집 < Shadow of Your Smile > 과 2집 < 유리가면 >에서 내숭과 사치에 지친 숱한 마음들을 다독거려주었다. 밴드 '자우림'으로 대표되던 커리어는 솔로 김윤아라는 패로 한 순간 뒤집혔다. 자우림의 음악이 제 정신이 아닌 보라색의 느낌이라면 그녀가 솔로로 발표한 음악에는 맑은 핏빛이 서린 보라색의 느낌인데, 그 입자에는 자우림에 없던 공감이 흐르고 있다.

결혼과 출산 등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길로 들어서고 난 후, 3집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떠다녔으나 이번 앨범은 그렇다 혹은 아니다,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다. 아이를 품은 사람이 이런 정서로도 괜찮은 건지 걱정이 들 만큼 어둡고 묘한 슬픔이 '이상한 세상의 앨리스'로부터 시작되며 '비밀의 정원'에서는 그 불안을 더욱 짙은 호흡으로 채운다. 침묵의 기간 동안 느꼈을 게 분명한 독백이 '가만히 두세요'와 '착한 소녀'로부터, 언젠지 모를 그녀를 말해주는 위험한 상상이 '도쿄 블루스'와 '얼음 공주'로부터 스민다.

악기편성은 자켓의 흑백사진처럼 대체로 단조롭지만 지루하거나 헛헛하게 들리지 않는다. 곡에 맞게 완급을 조절하는 보컬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세상의 손길이 그녀에게서 끊이지 않는 절대적 이유일지도 모른다. 슬픔은 끝에 다다르면 더 이상 슬픔으로 느껴지지 않게 된다. 싱어송라이터 김윤아가 이번 앨범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를 만큼 깊은 곳에 자리한 내면의 한 부분일 것이다. 어떤 변화 속에서도 김윤아는 김윤아다 라는 생각을 이 앨범을 통해 한 번 더 다져본다. 아마도, 그녀가 한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을 뿐인 처음 그대로의 '소녀'로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록곡-
1. 이상한 세상의 릴리스
2. 비밀의 정원
3. 가만히 두세요
4. Going Home
5. 도쿄블루스
6. Summer Garden
7. 에뜨왈르
8. Cat Song
9. 얼음 공주
10. 착한 소녀
11. 검은 강
12. 이상한 이야기

All songs written and produced by 김윤아
조아름(curtzz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