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달. 가슴 깊이 팬 흉터들 선명히 빛을 발하고. 남은 자들. 호흡마저 곤란해지는 심해로 하강하니. 6년 만에 돌아온 김윤아가 4월 다 가기 전 느지막이 툭 던져놓은 듯 발표한 싱글. 라틴어 ‘Kyrie eleison’에서 따온 제목 ‘키리에’는 구도적 자세로 절대자의 자비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작사/작곡/편곡/프로듀싱까지 곡을 구성하는 어느 시공간에든 무던히 그 애수어린 손길들이 묻어있다.
후반부에서 이명인 양 지직거리는 일상적 전자기계음을 제외하면 온전히 물기 머금은 음성, 그 목소리가 전달해내는 가사에 집중시키는 장치들로 구성되었다. 차분하게 어두운 길을 걸어나가는 저음역대 피아노 반주 뼈대 위에서 비유 없이 가슴에 화살 비 내리듯 꽂히는 절망 그리고 보듬음. 어쩌면, 아픔은 공유될 때 비로소 우리 마음에 카타르시스로 승화작용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