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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포지션
2003

by 이석원

2003.04.01

어느 순간부턴가 포지션은 그 이름처럼 항상 일정한 성공을 보장받는 편안한 자리에 올라섰다. 매너리즘을 감수하고서라도 고집스럽게 점점 더 끝없는 메이저 지향의 발라드 세계로 몰입한다. 그 시작이 이웃 나라 일본의 힘을 빌렸던 'Blue day'의 대성공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에도 노선은 다르지 않다. 2장의 CD 중 한 장은 신곡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 노래들이고, 나머지 한 장은 지금까지의 히트 곡들이다. 베스트 음반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들이 밟아나간 길이 무엇이었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를 알려주는 좋은 단서이다.

왜색으로 물들어 가는 포지션이 그다지 욕을 먹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좋은 노래만을 골라 멋지게 꾸미기 때문이다. 생소한 이국의 노래들은 안정훈의 세심한 손길과 임재욱의 분위기 있는 보컬에 힘입어 그야말로 한국적으로 재탄생한다. 우리와 비슷한 정서가 공감을 가능케 하고 묘한 이질감이 기억을 용이하게 한다. 누구보다 먼저 특허권을 따냈던 포지션은 '국제 무역'의 이익을 독점하며 대중들이 그 사실을 당연시하도록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번 음반에서 포지션은 그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세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편곡, 애이불비(哀而不悲) 정신에 입각해 흐느끼는 한국적 가사,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지분을 차지하는 임재욱의 목소리까지 별로 흠잡을 데가 없다. 타마키 코지(Tamaki Koji)의 노래를 받아온 'Goodbye'가 시작부터 눈물샘을 자극하고, 타니무라 신지(Tanimura Shinji)의 유명곡을 번안한 'Too Far Away'가 이전 작 'I love you'를 능가하는 절정의 감동을 선사한다. 코지가 선물한 또 하나의 발라드 '신부에게'가 주는 잔잔한 감상도 만만치 않다.

힘든 슬픔 사역에 대한 후속 조치도 취한다. 역시 코지의 넘버인 'I love you more'로 흥겨운 팝 댄스의 즐거움을 던지며 경쾌한 서던 올스타스(Southern All Stars)의 노래들로는 춤바람까지 일으킨다. 그 구와타 게이스케(Keisuke Kuwata)가 작곡한 'Blue'와 'Extra'는 댄서블한 재즈의 기운을 발산하는 성인 취향의 기분전환으로 아주 제격이다.

그렇지만 남의 나라 잔치가 전부는 아니다. 유일한 신곡이자 타이틀곡인 'Desperado'는 1973년 실제했던 남파 무장간첩 이야기를 소재로 한 뮤직 비디오로 화제를 몰고 있는 중이다. 조성모를 만들어냈던 작곡가 이경섭 특유의 발라드 선율이 이념의 벽을 넘어선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잘 쓰다듬고 있다. 뮤직 비디오를 북한에 보내고 한반도 평화의 콘서트 개최도 제안할 예정이라니 어쨌든 외형적으론 우리 나라가 주무대인 셈이다.

앨범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반응은 좋다. 대작 뮤직 비디오가 화제를 모으고 있고 보컬 임재욱은 중국과 일본으로 진출할 태세다. 좋은 음악도 뒷받침되고 하니 멋진 성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너무 외부적인 상황에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닌지? '평화의 사절'이나 '일본 음악의 전도사'로만 분하는 포지션의 모습에 불만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공들인 성공 가도에 올라선 것을 축하하는 한편 내외 겸비하고 좌우 균형을 잡아가는 성실한 자세도 주문해본다.

-수록곡-
CD 1 New Album
1. Goodbye
2. Blue
3. Too Far away
4. Desperado
5. Extra
6. 신부에게
7. 다시 네 곁에...
8. 또 한번의 이별
9. I love U more
10. 애심
11. 가지마
12. Desperado Ⅱ (하늘도 울린 사랑) - Music Video Version

CD 2 Best/New Arrange Version
1. 편지
2. Remember
3. 재회
4. Summer time
5. 후회 없는 사랑
6. 마지막 약속
7. I love you
8. 두려운 이별
9. 너에게
10. Blue Day
11. 두려움 없는 사랑
12. 사랑해 사랑해
이석원(slpai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