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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aiss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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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by 조이슬

2005.11.01

올해의 앨범시장은 리메이크가 대세다. 리메이크란 익숙한 멜로디로 쉽게 추억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반면 잘못 해석했을 경우, 원곡에 누가 됨은 물론 순수한 의도마저 의심받게 되는, 결코 녹록치 않은 작업임에 분명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분들의 음악에 실례를 범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며 고충을 드러낸 임재욱의 말이 그것을 잘 대변해준다.

고전문화의 부흥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 Renaissance >는 제목이 시사하듯, 20대에서 30대의 음악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눈물 지웠던 기억이 있는 1980,90년대의 감미로운 명곡들로 채웠다. 편곡에 있어서는 원곡에 충실하며, 스트링의 도입으로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기존의 리메이크 문법에 충실하다.

신재홍이 작곡해서 1991년 이현우의 데뷔앨범에 실린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해'와 같은 해에 발표되어 김광진의 손길을 거친 곡으로 이 앨범의 타이틀로 정해진 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 만으로'의 2곡은 이승환(The Story)의 손을 거친 만큼 탄탄한 스트링과, 세련된 건반편곡, 그리고 약간의 조심스런 코드변화를 시도한 것이 눈에 띈다.

1992년 스매시 히트를 기록한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는 현악편곡에 중점을 둠으로써, 원곡에서 색소폰으로 연주되었던 부분을 바이올린으로 재편곡한 것이 새롭다. 또, 1987년 단 한 장의 앨범만을 남기고 떠난 고(故)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은 피아노의 자리를 기타로 메우고 멋 부리지 않은 보컬이 인상적인 트랙이다.

앨범에서 가장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고(故)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는 마이키의 랩과 2집 < Whistle In A Maze >발표 이후 아일랜드 음악의 전도사가 된 하림의 휘슬 연주가 빛나며, 특히, 후반부에는 진한 켈틱 전통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분명 잘 해석한 리메이크 앨범이다. 임재욱의 보컬도 만족스럽다. 노래의 기본인 '정확한 발음'은 꺾고 내지르는 거짓 감동으로 가사의 뜻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가수와 듣는 이들 사이의 불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을 유발하지 않는다. 노래와 가사가 만난 시너지효과로 감동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켜주진 못한다. 잊혀진 노래들을 '재조명'한다는 거창한 명분과 시대적 요구가 만들어낸 산물이라 해도, 거기에 '진실성'이 부여되지 못한다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고, 복고적 면모를 갖췄다고 해도 환호 받을 수 없는 법이다.

범람하는 리메이크의 열풍 속에서 이젠 새로운 곡이 환영받을 수 없는 패러다임 속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윤 추구의 효율성을 목표로 '옛것'이란, 합리화되고 표준화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

-수록곡-
1. 추억 (작사 : 하윤 / 작곡 : Nemoto Kaname / 원곡가수 : 안전지대)
2. 슬픔속에 그댈 지워야만해 (이지영 / 신재홍/ 이현우)
3. 가려진 시간 사이로 (박주연 / 윤상 / 윤상)
4.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 (이지영 / 신재홍 / 조정현)
5. 가리워진 길 (유재하 / 유재하 / 유재하)
6.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 만으로 (김광진 / 김광진/ 한동준)
7. 먼지가 되어 (송문상 / 이대헌 / 김광석)
8.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 ( 원희경 / 원희경 / 이은하)
9. 그대가 나에게 (도윤경 / 박광현 / 이승철)
10. 사랑할수록 (김태원 / 김태원 / 부활)
11. 기도 (최희진 / 정진수 / 정일영)
12. 기억의 습작 ( 김동률 / 김동률 / 전람회)

Produced by : 이영기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