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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manticist
포지션
2002

by 이민희

2002.04.01

포지션이 안타까운 두 가지 이유. 첫 번째는, 임재욱의 성량은 락(그들은 오리엔탈 락이라 말한다)보컬로서 손색이 없으나 그 '끼'를 무척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 없는 사랑' 이후 그만큼 찐한(?) 락발라드는 없었다. 이 곡이 수록되어 있는 3집은, 가장 반응이 저조했던 앨범이기도 하다.

안타까운 두 번째 이유는, 뮤직비디오는 이제 신보를 발매한 가수들에게 있어 약방의 감초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런 추세에 발맞춰 포지션은 무리를 하면서까지 화려한 뮤직비디오를 찍어 왔다. 물론 이번 5집 앨범 <The Romanticist>도, 인기 드라마 <피아노>의 주인공을 그대로 옮겨, 거기에 해외 로케이션으로 무장한 멋진 뮤직비디오를 곁들였다.

두 가지를 종합해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결국 이들은 본연의 색을 잃고 이벤트로 연명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Blue day'의 번안도 비슷한 이벤트인데, 이러한 움직임을 무작정 비난하기에, 포지션의 재능은 너무 아깝다. 이들은 늘, 딱히 흠잡을 데 없는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갖춰왔기 때문이다.

김조한, 주영훈, 유정연, 윤일상, 김형석 등 초호화 케스팅이 빛나는 5집은, 스텝의 유명세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앨범이다. 굴곡 없는 13곡의 청명한 발라드는, 임재욱의 애절한 음성을 타고 청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나 김조한이 작곡한 '바램'의 가녀린 목소리는 임재욱의 폭넓은 소화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얘이기도 하다(물론, 김조한의 변신(?)도 주목할 만 하다).

그러나 이들은 늘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일단은 평이한 구성을 취하는 듣기 편한 발라드를 추구해야 하고, 덤으로 이벤트를 끼워야만 한다. 어느새부터 음악보다 뮤직비디오에 무게가 더욱 실리는 포지션을 지켜본다는 건 안타깝다. 그냥 순수하게 음악과 조우할 시간은 언제쯤일까.
이민희(shamc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