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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ever’s Clever!
찰리 푸스(Charlie Puth)
2026

by 박시훈

2026.04.25

찰리 푸스 하면 떠올릴 만한 것들이 있다.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나 대중 친화적인 팝 코드, 유독 깊은 국내와의 인연 등 친숙한 이미지들이 쉽게 연상되지만 사실 그의 커리어에는 늘 압박감이 존재했다. 성급히 준비했던 1집 < Nine Track Mind >에 대한 비판 이후 < Voicenotes >는 역량 입증에 총력을 다한 소포모어 작이었고, 3집 < Charlie > 또한 기존의 계획을 뒤엎고 발매된 음반이었다. 어느덧 베테랑의 면모를 갖춘 이가 4년 만에 내놓은 신보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더 이상의 부담감은 없다는 듯 무르익은 감각을 양껏 펼쳐 놓았다. 

첫 곡 ‘Changes’가 본작의 모토를 집약한다. 대개 달콤한 러브송이나 애절한 이별곡을 부른 이전과 달리, 초연한 태도로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는 가사에서 내면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다. 폭넓은 주제가 여러 층위의 감상을 이끄는 한편, 한층 탄탄해진 편곡과 멜로디는 확실한 승부처로 기능한다. 경쾌한 분위기의 ‘Beat yourself up’과 탄력적인 박자감의 ‘New Jersey’ 등 1980년대 팝 사운드의 정교한 복원과 더불어 찰리 푸스 특유의 선율감이 돋보인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한 감도의 음악. 익숙하지만 당해낼 재간이 없다.

물론 복고풍 작법이야 데뷔 초부터 연마해 왔기에 이 자체로 특별하다고 보기는 힘들고, 특히 몇몇 곡 사이에선 작곡 방식이 반복돼 조금은 뻔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다만 만개한 그의 표현력이 특색 짙은 객원들과의 호흡마저 품어낸다는 점이 중요하다. J팝 레전드 우타다 히카루를 초청한 ‘Home’과 그 시절의 명콤비 마이클 맥도널드, 케니 로긴스와 함께한 ‘Love in exile’은 참여진에게 안성맞춤이면서 본인의 기량까지 표출할 수 있는 무대다. 도회적인 알앤비에는 파트너의 고유한 분위기와 맞물린 애수에 찬 음성이, 빈티지한 소프트 록에선 선배들의 모범 답안을 탐독하는 착실한 모습이 세대의 간극을 메운다. 얼핏 간단해 보여도 구현의 난도는 결코 만만치 않다. 

‘Changes’의 뮤직비디오 속 찰리 푸스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면서 리듬에 몸을 맡기고, 아내의 배를 어루만지며 아버지가 될 자신의 미래를 내비친다. 일찍이 메인스트림에 입성한 가수가 이젠 경험 많은 뮤지션으로 거듭났음을 알리는 영상처럼 이번 앨범 역시 그동안의 발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쉽고 편안한 음악 스타일은 세부적인 깊이감을 확보했고 레퍼런스의 잔상이 강하던 창법도 본연의 색깔이 더 또렷해졌다. 자가 복제와 같은 볼멘소리가 뒤따를 법도 하지만 이는 반대로 그의 방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방증하기도 한다. 변화나 증명에 얽매일 필요 없이 견고한 관성 또한 위력적임을 보여주는 작품. 이 굵은 궤적에 스며들 추억이 아직도 많아 보인다.

-수록곡-
1. Changes [추천]
2. Beat yourself up [추천]
3. Cry (Feat. Kenny G)
4. Washed up
5. New Jersey (Feat. Ravyn Lenae) [추천]
6. Don’t meet your heroes
7. Home (Feat. Hikaru Utada) [추천]
8. Hey brother
9. Sideways (Feat. Coco Jones)
10. Love in exile (Feat. Michael McDonald & Kenny Loggins) [추천]
11. Until it happens to you (Feat. Jeff Goldblum & The Mildred Snitzer Orchestra)
12. I used to be cringe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