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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set
쿠기(Coogie)
2025

by 박승민

2025.07.06

다재다능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등장 이래 모든 영역에서 평균을 웃도는 퍼포먼스를 자랑했던 쿠기 역시 이 명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균일한 퀄리티의 곡을 꾸준히 내놓았으나 순간순간 내비쳤던 번뜩임이 일관성을 얻지 못한 까닭이다. 때문에 오랜만의 정규작은 통쾌한 자기 증명의 자리가 될 수 있었다. 본래 장기인 트랩과 싱잉 랩뿐만 아니라 ‘Woo waa'의 레이지와 ’D.O.D‘의 드릴까지 근래 스타일마다 높은 이해도가 엿보였기에 더욱 그렇다. < Upset >이라는 제목대로 세간의 평가를 뒤집고 역전할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이는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과에 그친다. 주인공의 기량이 크게 미진하거나 방향성 자체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은 아니다. 각광받는 프로듀서 코덱과 BMTJ가 두 축을 맡고 코드 쿤스트와 방달이 거든 프로덕션은 더없이 매끈하며 그 위에 얹은 래핑 또한 우리가 아는 쿠기의 그것이다. 어떤 비트에 올라타든 한결같이 안정적인 톤과 유려한 플로우, 단어를 반복하는 방식의 중독적인 훅 메이킹은 분명 준수하지만 이제 리스너들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열망한다.


기대는 맨땅에 뿌리내리지 않는다. 상술했듯 쿠기가 쌓아 온 이력은 ‘Big dawgs’를 본뜬 ‘What you say’ 식의 단순한 트렌드 구현만으로 그치기에는 적잖이 다양하다. 이러한 이유로 < K-Flip >의 로컬라이징이나 < E >의 독창적 감성과 같이 한층 나아가 어필할 요소가 필요했다. 피처링과의 합 면에서도 ’Shut up’과 ‘Can’t get enough’처럼 큰 격차 없이 주고받은 트랙도 존재하는 반면 ‘아리까리’, ‘Sober’, ‘쿠기와 나’에서는 객원 래퍼가 더 잘 녹아들며 주객전도가 발생했다. 다만 순간적인 로우 톤 전환으로 의외성을 만들어낸 ’Two pills’와 변주되는 비트에 딱 달라붙은 ‘Babyface’가 다시금 그의 다음 챕터를 고대하게 만든다.


1집 < Up! > 이후 5년간 바뀐 유행을 충실히 반영한 < Upset >은 번듯한 랩 뮤직 앨범이다. 쿠기를 향한 기대치를 걷어내고 판단한다면 쉬이 만족할 수도 있겠다. 허나 이 정도를 성공이라 단정짓기엔 이전의 최고점이 있지 않은가. 무명 시절 은사 빌스택스마저 압도한 ‘마이크 스웨거’ 출연과 2018년을 상징하는 뱅어 ‘스즈란’을 기억한다. 그가 껍데기를 한 꺼풀 깨고 거듭날 때, 한국 힙합은 커다란 선물을 받을 것이다.


-수록곡-

1. Flame

2. Shut up (Feat. ZICO)

3. Spaceship

4. Two pills [추천]

5. Babyface (Feat. The Quiett & Simon Dominic) [추천]

6. 아리까리 (Feat. oygli)

7. Sober (Feat. Jvcki Wai) [추천]

8. Focus on me

9. Can’t get enough (Feat. Loco)

10. What u say?

11. 쿠기랑 나 (Feat. lobonabeat!) [추천]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