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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ke island
펄프(Pulp)
2025

by 염동교

2025.04.24

​명반 < Different Class >는 펄프를 1995년 브릿팝 최전성기의 주인공 자리에 올려놓았다. 스포트라이트의 중심 오아시스와 블러를 상회할 법한 훌륭한 작품은 밴드에 결성 17년만의 절정기를 안겼다. 공교롭게도 이 영국 모던록 걸작 30년 만에 나올 정규 8집 < More >는 “우리에게 아직 무언갈 더 원하나요?”라고 묻는 듯한 제목과 베테랑 프로듀서 제임스 포드의 발탁이 예사롭지 않다. 반세기 역사의 인디록 명가 러프 트레이드 레코드라는 배경도 든든하다.


‘Disco 2000’의 경쾌한 드라이브감 혹은 ‘This is hardcore’의 프랑스풍 아트록에서 비껴난 노골적인 신스팝은 1980년대 뉴웨이브의 뿌리를 명시한다. < Different Class >에 버금가는 1994년 수작 < His 'N' Hers > 수록곡 ‘Pink glove’를 상기하는 키보디스트 캔디다 도일의 몽글거리는 키보드 음색이 러닝타임 전체를 관류하며 마크 웨버의 끝음을 아래로 떨구는 슬라이드 기타와 적소(適所)에 바이올린도 애상적이다. “허!”하는 추임새로 낭만감 속 격정을 솎아낸 자비스 코커까지 노스탤지아의 연속이나 포드의 기민한 프로듀싱이 현재성을 담보했다. < Different Class >의 30주년과 신보 < More >의 등장, 높은 확률로 예정된 내한까지 우주의 기운이 펄프로 모이는 2025년이다.

염동교(ydk8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