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 게임 2 >가 그렇듯 완결 자체를 후속작에 미뤄둔 EP < Sable, >은 단조로운 숨 고르기였다. 그간 본 이베어가 펼쳐낸 노을빛 실험 음악의 시간이 꺾여 들어간 듯 특수한 장치 없이 잔잔한 기운이 도사린다. 그러나 아침은 오고 만다. 고요를 깨는 닭 울음같이 색소폰이 터져 나오는 ‘Award season’은 다음 챕터로의 연결도, < Sable, >을 마무리 짓기에도 유려했다. 보컬만이 강조된 후반부는 알람 후에도 일어나지 않고 몇 분간 눈 감은 채 취하는 휴식처럼 간결한 쉼터가 되어준다.
앞선 포크 기조에 마침표를 찍고 선명한 전자음으로 ‘우화(Fable)’를 읊기 시작한다. 투박한 드럼과 각종 이펙트, 따뜻한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는 ‘Everything is peaceful love’와 ‘Walk home’은 전작 < i, i >까지 이어지던 음울을 끊어낸다. 행복을 전달하는 가성은 귀여운 변칙과 피처링 아티스트들과 만든 가스펠이 상승가도를 그린 ‘Day one’에 이어져 고양감을 퍼뜨린다. 희열은 역시 맞이한 당일, 다시 말해 첫날에 가장 생생한 법이다.
프린스와 함께한 마지막 베이시스트였던 모노네온이 협연한 ‘I’ll be there’는 앨범 전반에 흐르는 낙천적 면모를 높이 꽃피운다. 그루브가 가득한 바탕에 섬세한 음계의 편린 하나하나가 밴드의 미적 감각을 증명한다. 따스한 알앤비 향취를 머금은 ‘There’s a rhythmn’은 < Sable, >과 다른 서정성을 갖추며 안온한 결말에 다다른다. 각 파트의 엔딩을 맡은 ‘Award season’과 ‘Au revior’ 모두 러닝 타임을 음계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 없이 끝에 무음의 영역을 배치하며 청자에게 안식을 준다. 때로는 침묵이 역설적으로 거대한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 결과다.
대부분의 예술가가 비애에 젖어 있을 때 놀라운 작업을 빚어낸다. 저스틴 버논을 필두로 둔 본 이베어 또한 마찬가지였다. < 22, A Million >, < i, i >에 번진 왜곡은 우리에겐 듣는 재미가 넘쳤으나 당사자에겐 힘든 과거였을 터. 이럴 때면 우리에게 그의 아픔을 응원해야 할지 그럼에도 축복을 빌어야 할지 못된 양가감정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기점으로 확실해졌다. 그는 감정 상태에 상관없이 이상적인 작품을 만드니 온전히 행복만을 지지해도 좋다. 창작자와 수용자 전부 흐뭇한 선순환의 확인이 여기에 있으니.
-수록곡-
[Sable]
1. …
2. Things behind things behind things
4. Award season [추천]
[Fable]
1. Short story
2. Everything is peaceful love
3. Walk home
4. Day one (Feat. Dijon & Flock of Dimes) [추천]
5. From
6. I’ll be there [추천]
7. If only I could wait (Feat. Danielle Haim)
8. There’s a rhythmn [추천]
9. Au rev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