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의 틀 안에서 화려한 전자음과 오케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사운드적 실험에 도전하며 높은 수준의 진화를 감행해 왔던 본 이베어의 신곡. 4년 만에 내놓는 컴백 EP < Sable, >의 선공개 싱글 ‘S p e y s i d e’는 그러나 비교적 담담하게 복귀를 알린다. 보컬 저스틴 버논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절제된 현악기에만 의존한 편곡은 사운드보다 멜로디와 가사에 중점을 둔 외양으로, 2007년 발매한 데뷔작 < For Emma, Forever Ago >의 담백한 포크 음악과 결을 비슷하게 한다.
가사는 술에 취한 남자가 죄책감에 시달려 마구 내뱉는 술주정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 보컬 저스틴 버논은 이 노래를 쓸 때 럼에 취해 있었다.) ‘내가 얼마나 예전으로 돌아가 네가 서 있던 곳에 나를 되돌려 놓고 싶은지’(‘But how I wish I could go back and put me where you stood’). 노래는 과거의 사랑을 회고하며 연인에게 남은 미련과 그에 따라오는 심리적 고통을 풀어 놓는 곡으로, 사이먼 앤 가펑클이 연상되는 몽롱한 멜로디를 노래하는 저스틴 버논의 깊이 있는 목소리로 귀를 부드럽고도 강하게 사로잡는다. 격한 감정의 낙차 없이도 마음을 깊숙이 가라앉히는 본 이베어의 음악은 이토록 고요하면서도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