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어울리는 음악들이 있다는 말에 동감하지는 않지만, ‘겨울엔 포크음악’이라는 말엔 반박할 수가 없다. 거센 추위에 몸을 한껏 움츠려서 듣는 포크음악은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좋은 겨울’이라는 뜻을 가진 밴드, 본 이베어의 < For Emma, Forever Ago >는 이런 겨울에 잘 어울리는 앨범이다. 밴드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원맨밴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음악은 모두 저스틴 버논(Justin Vernon)에 의해 만들어졌다.
시린 겨울,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만들어낸 고독의 산물이다. 연인과 이별하고 설상가상으로 병까지 얻은 그가 한 겨울, 위스콘신 주의 오두막에서 3개월 동안 홀로 지내며 녹음한 곡들이다. 직접 곡을 쓰고, 기타, 베이스, 오르간, 드럼 등 모든 악기를 연주하며 만들어낸 곡들엔 그가 겪은 여러 가지 감정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갔다. 열악한 환경과 제한된 공간에서 녹음되어 소리가 울린다는 점과, 매끄럽게 정제되지 않았다는 점은 앨범의 멜랑콜리한 정서에 부합하며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곡들이 우울함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얇은 얼음장처럼 쉽게 깨져버릴 것 같은 팔세토의 울림에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앨범의 주가 되는 어쿠스틱 사운드는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게 제 역할을 하고, 곳곳에 배치된 소리의 여백들은 정체모를 신비함을 주조한다. 자신에게 위로를 던지는 ‘Flume'을 시작으로, 후에 버디(Birdy)가 리메이크하여 이름을 알린 격정적인 곡 ’Skinny love'와, 정적인 공간감이 느껴지는 ‘Blindsided',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Re:stacks'는 싱어 송라이터와 프로듀서로서 그의 빼어난 역량을 증거한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옛 연인에 대한 앨범이다. 특히 'The wolves (act I and II)'은 실연당한 남자의 서늘하고도 허무한 감정이 잘 드러난 곡이다. 에릭 클랩튼이 만든 ‘Layla’의 배경이 그렇듯, 언제나 ‘사랑’, ‘실연’은 아티스트에게 좋은 음악적 영감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다만 대중성이 떨어진다. ‘Skinny love', ’Creature Fear'를 제외하고는 딱히 명확한 후렴구가 없다. 하지만 그의 서정성은 이러한 단점을 모두 끌어안을 만큼 높은 흡수력을 발휘한다.
-수록곡-
1. Flume [추천]
2. Lump sun
3. Skinny love [추천]
4. The wolves (act I and II) [추천]
5. Blindsided
6. Creature Fear
7. Team
8. For Emma
9. Re:stacks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