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이 비정기적으로 미처 리뷰하지 못했던 작품을 되짚어봅니다. 이번 리뷰는 이즘에서 '2015년 올해의 팝 앨범'으로 선정한 인터넷의 < Ego Death >입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 밴드 인터넷의 < Ego Death >는 프랭크 오션을 필두로 2010년대 대중음악의 필드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던 얼터너티브 R&B라는 흐릿한 형체의 구체를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던진 3점 슛이다. 일반적인 규범의 테두리 밖에서 이루어진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모습은 많은 이들을 매혹에 빠트렸고 후발주자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장르 트렌드의 한 축이 되기도 했다.
인터넷은 본인들이 사랑하는 힙합, 펑크(Funk), 소울 등의 전통을 소박하고 간결한 모습으로 가공했다. 키보드나 기타는 주도적이거나 복잡한 테크닉을 구사하기보다는 포인트만 찔러 과잉된 화려함을 배제하는 한편, 허술한 틈 없이 촘촘하게 울리는 비트와 베이스가 선명한 리듬을 남긴다. 즉 높고 화려한 음보다는 저음역의 매력을 통해 형성된 감각적인 그루브 판이다.
이에 따라 어두운 조명 아래 술과 담배 연기에 젖어 흐느적대는 듯한 멜랑꼴리한 무드가 자연스럽게 피어난다. 여기에 시드의 몽롱한 보컬과 멜로디는 부실한 뼈가 아닌 유연한 연골로서 작품의 느긋하고 부드러운 형상을 유지하는 이음새가 되면서도 선대 음악과의 분명한 차이점을 만든다. 작법 또한 사랑의 온전한 행복보다는 쾌락을 갈구하고 집착하는 불안한 내면에서 말미암은 위태로운 매혹의 이야기들을 그려 시너지를 일으킨다.
단순한 리듬 세션과 기타 리프, 시드와 자넬 모네의 음색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는 'Gabby'에서 노래하는 결핍과 결별의 이야기는 아름다우면서도 혼란스러운 후반부의 변주를 더욱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만든다. 은은한 광기가 섞인 구원의 사랑을 노래하는 'Girl'은 음울한 인트로 뒤 상승과 하강이 끝없이 반복되는 리프로 밝은 듯 불안정한 현상 유지를 보이더니, 순식간에 수렁에 빠져버리는 듯한 후반부 변주를 통해 위험한 집착의 말로를 고혹적으로 표현한다.
위태로운 사랑을 표현하는 감정적인 작법이 파도처럼 몰아치지만, 보컬을 포함해 전체적인 음악적 구성은 나른하고 몽롱한 덕분에 오히려 파도치는 해변의 노을을 바라보는 것처럼 여유롭고 편안한 감상을 남긴다. 대부분의 트랙이 비트와 베이스 라인을 따라 유려하게 흘러 가벼운 그루브를 타기에 적절하면서도 과도하게 흥분될 만한 요소가 없다. 지나치게 난해한 변주를 취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자칫 지루할 수 있는 틈은 기타 혹은 키보드가 적절하게 메워주니, 직설적인 스토리텔링과는 별개로 가볍고도 보편적인 청취의 매력이 확보된다.
< Ego Death >는 2010년대 중반, 그 시대의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감정을 흑인 음악의 집합 및 재편으로 엮어내 신선한 리스닝 경험을 제공한 작품이다. 그들이 활동을 멈추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된 2020년대에도 얼터너티브 R&B는 숱한 분해와 조립, 그리고 재생산을 반복했다. 때문에 해당 신에서 참신함을 느끼기에는 이제 다소 어려워졌지만, 그렇기에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를 통해 본인들만의 새로운 꽃을 피워낸 인터넷과 < Ego Death >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시절 트렌드를 대표하는 음악이자 새로운 노스탤지어로서 아름답게 무르익어간다.
-수록곡-
1. Get away
2. Gabby (Feat. Janelle Monàe) [추천]
3. Under control [추천]
4. Go with it (Feat. VIC MENSA) [추천]
5. Just sayin/I tried
6. For the world (Feat. James Fauntleroy)
7. Girl (Feat. KAYTRANADA) [추천]
8. Special affair
9. Something's missing
10. Partners in crime part three
11. Penthouse cloud
12. Place/curse (Feat. Tyler, The Creator & Steve Lac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