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parkling Blue
투어스(TWS)
2024

by 한성현

2024.02.01

어렵다는 투정과는 달리 말끔한 첫인사다. 소속사 플레디스의 선배 세븐틴을 잇는 6인조 투어스(TWS)는 가요계의 걸그룹 독식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보이그룹 전선에 재빠르게 합류하며 새 물결의 세기를 높인다. < Sparkling Blue >는 한동안 중심에서 밀려 있던 남성 아이돌 시장의 겨울방학을 끝내고 설레는 신학기를 선포하는 작품이다.


타이틀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는 대중적으로 안 먹히기가 더 어려운 곡이다. EDM이 최후의 전성기를 누렸던 2010년대 중후반,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구가한 퓨쳐 베이스 스타일과 제드(Zedd)의 ‘Stay’ 등이 떠오르는 후렴-드롭 구조의 도입이 핵심이다. 캐시 캐시(Cash Cash)의 음악을 닮은 스테이씨의 ‘Bubble’을 향한 남자 버전 답가랄까. 동종 업계 라이즈(RIIZE)가 복고를 담당하고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이 드럼 앤 베이스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사이 그 가운데에서 겹치지 않는 포지션을 형성했다.


‘청량’이라는 모토 하에 EP는 상큼한 맛을 필사적으로 전달하려 한다. 일관된 무드 조성이라는 목표를 우선순위로 둔 만큼 나머지 트랙은 성공적인 타이틀곡의 그늘에 다소 가려진다. 대체로 준수한 퀄리티를 유지하나 톡톡 튀는 연타석 킬링 포인트가 부재한 탓이다. 비교적 힘을 준 트랙이라면 군데군데 비트 변화를 꾀한 ‘Unplugged boy’일 텐데, 운율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영어 가사에 많은 음절을 넣는 K팝의 관습이 묻어 있어 풋풋함 이상의 미숙함을 느끼게 된다.


눈길이 가는 것은 오히려 제동을 거는 마지막 트랙 ‘Oh mymy : 7s’의 존재다. 산뜻한 분위기의 연속을 끊고 후렴에서 사운드를 쫙 빼내어 그루비한 리듬만을 남기는 전개는 그룹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이 결코 한정적이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다. 음반에서 가장 이질적인 노래를 선공개 싱글로 발매한 이 결정은 모든 아이돌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성장’의 순간에 대한 대비책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암시한다.


가고자 하는 방향과 갈 수 있는 경로, 보충할 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계획표다. 다만 여러 선배 보이그룹이 보여준 과격한 콘셉트의 반대 수요에 응하기 위해 닳고 닳은 학창 시절과 교복 이미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다소 얄궂다. 시기를 잘 맞춘 단순한 재생산에 그치지 않으려면 원론적이지만 좋은 음악으로 우위를 점해야 하는 법. 섣부른 판단은 힘들지만 일단 지금의 기세라면 우상향을 예측해도 괜찮을 것 같다.


-수록곡-

1.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 [추천]

2. Unplugged boy

3. First hooky

4. BFF

5. Oh mymy : 7s [추천]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