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Loveliest Time
칼리 래 젭슨(Carly Rae Jepsen)
2023

by 이승원

2023.09.01

예기치 못한 한방이다. < Emotion Side B >, < Dedicated Side B >가 그랬듯, 항상 원작에 버금가는 매력을 보여주던 칼리 래 젭슨의 비 사이드(B-side) 앨범이긴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작년 발매된 < The Loneliest Time >의 비 사이드, < The Loveliest Time >은 충분히 매력적인 에이 사이드(A-side) 그 이상으로 훌륭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내려놓음의 결과다. 아티스트 본연의 솔직함, 감정과 자아 표출에 집중한 전작과 달리 무거운 주제 의식에서 벗어난 본작의 칼리는 더욱 솔직하고 친밀한 모습을 드러낸다. 청자를 의식하는 듯하던 인상은 온데간데 없고 앨범 커버에서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자세로 듣는 이를 은연히 맞이하는 듯하다.

이와 함께 주효하게 작용하는 것은 역시 음악이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에이 사이드 앨범명 뒤에 'Side B'만 붙이던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 The Loveliest Time >이라는 변칙적인 타이틀을 내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낯익은 디스코, 일렉트로 팝에 집중하는 사운드 구성은 기존 칼리의 '러블리'한 이미지를 강조하여 작품의 설득력을 대단히 끌어올린다. 올해 최고의 팝 트랙 명단을 차지할 공산이 큰 'Psychedelic switch'를 비롯, 'Shy boy', 'Come over' 등에서 선보인 직관적이고 분명한 멜로디 메이킹은 또한 킬링 트랙, 구심점의 부재라는 전작의 아쉬움마저 말끔히 해소한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원하던 칼리 래 젭슨이다. 인디 신을 상징하던 '아이콘'에서 완숙된 '아티스트'로 향하는 길, 잠깐의 달콤한 쉼터 같은 < The Loveliest Time >은 귀를 강하게 잡아끄는 칼리 특유의 저명한 매력으로 비 사이드 앨범의 기대치를 아득히 초월하며 '팝의 영원한 컬트 클래식' < Emotion > 이후 스스로의 기록 중 단연 맨 앞에 선다.

-수록곡-
1. Anything to be with you
2. Kamikaze [추천]
3. After last night
4. Aeroplanes
5. Shy boy [추천]
6. Kollage [추천]
7. Shadow
8. Psychedelic switch [추천]
9. So right
10. Come over [추천]
11. Put it to rest
12. Stadium love
13. Weekend love
이승원(ibgalatea116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