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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칼리 래 젭슨(Carly Rae Jepsen)
2012

by 신현태

2012.10.01

‘Call me maybe'로 고티에(Gotye)의 고공 행진에 종지부를 끊으며 9주간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으니, 칼리 래 젭슨은 이미 2012년 여름 시장의 최대어라 할만하다. 아니, 올 한해로 그 범위를 넓힌 다해도 무리는 없겠다.


생소한 이름부터 그저 올해의 신데렐라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 Kiss >는 그녀의 소포모어 작품이다. 이미 2007년 캐나다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 캐네디언 아이돌(Canadian Idol) >에서 3위를 차지한 바 있으며, 이듬해 발표한 데뷔작 < Tug Of War >를 통해 자국 내에서 제법 인기를 얻었다. 이를 통해 차츰 뮤지션으로서의 경력을 쌓고 있었다.


사건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 ‘Call me maybe'를 라디오에서 들은 ‘트위터의 왕자’ 저스틴 비버는 자신의 계정에 곡을 포스팅했고, 3천여만 명의 팔로워 군단에게 노출되는 뜻밖의 행운을 누렸다. 귀여운 외모와 개성 넘치는 목소리, 그리고 작사, 작곡의 능력까지 겸비한 ‘준비된 신데렐라’는 거대한 스타덤에 오름과 동시에 국제적 지명도를 얻게 된다.


그를 향한 호의적 관심의 이유는 남다른 송라이팅의 재능이 있어서 기도하지만, 그보다도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이자 ‘강남스타일’을 통해 싸이의 가능성을 미리 알아본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own)의 소속사 < 스쿨 보이(Schoolboy Records) >와 계약이 더 큰 요인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엘엠에프에이오(LMFAO)의 레드푸(Redfoo)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백스트리트 보이즈, 그리고 올해 테일러 스위프트의 새 앨범 < Red >에 참여한 맥스 마틴(Max Martin), 마돈나와 마이클 잭슨의 조력자 댈러스 오스틴(Dallas Austin)이라는 쟁쟁한 프로듀서 라인업을 꾸렸으니 이미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음악적 큰 그림은 현재 팝 음악 시장을 풍미하고 있는 80년대 스타일의 디스코와 신스팝이다. 샘 쿡(Sam Cooke)의 'Cupid'를 차용한 발랄한 인트로곡 ‘Tiny little bow'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대표한다. 사랑앓이하는 소녀의 속내를 통통 튀는 댄스 비트와 경쾌한 신시사이저의 어슷한 조화 속에서 풀어내는 것이 < Kiss >라는 이야기의 주 콘셉트다.


사랑의 시작과 설렘을 대변하는 ‘This kiss', 큰 히트를 기록한 ‘Call me maybe'와 같은 주요 트랙은 물론, 앨범의 전반적 흐름은 한결같이 빛나고 상큼한 느낌의 댄스 음악 중심이다. 쉼 없이 ‘업’만 시켜놓기에 자칫 물려버릴 수도 있지만, 이처럼 줄곧 들뜬 분위기를 이어가는 것이 이미지에 적합한 선택이자 전략으로 보인다. 구색 맞추기의 구성으로 템포를 늦춰가는 트랙을 수록했다면 오히려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계륵으로 남겨졌을 공산이 크다.


소위 여인 천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팝계의 우먼파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칼리 래 젭슨은 시장의 절대 강자인 레이디 가가와 리한나의 ‘섹시 카리스마’, 혹은 아델과 더피와 같은 ‘토치 싱어’ 부류와는 철저히 구분된다. 멋을 부린다거나, 사랑에 구걸하지 않는다. 또한, 그녀가 전하는 어수룩한 감성에는 억지스러운 심각함이 없어 더욱 편안하게 다가온다. 한 소녀의 소박한 러브스토리, 그 상상만 해도 설레는 ‘키스’의 기억에는 모두를 행복으로 이끄는 건강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수록곡-

1. Tiny little bows [추천]

2. This kiss [추천]

3. Call me maybe [추천]

4. Curiosity

5. Good time (with Owl City) [추천]

6. More than a memory

7. Turn me up

8. Hurt so good

9. Beautiful (with Justin Bieber)

10. Tonight I'm getting over you

11. Guitar string/Wedding ring [추천]

12. Your heart is a muscle

신현태(rockersh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