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래 젭슨(Carly Rae Jepsen)이 과거지향적인 색채를 본격적으로 담아내기 시작한 건 < Emotion >부터.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 준 ‘Call me maybe’와, 아울 시티와 함께한 ‘Good time’은 완연한 팝이었고 < Kiss > 역시 ‘This kiss’처럼 신스팝에서 영감을 얻은 팝 넘버들로 가득했다. 소포모어의 성공에 힘입어 그는 과거의 팝을 재현하는데 집중한다. 신디 로퍼와 마돈나가 주름잡은 80년대 댄스 팝을 중심으로, 비지스(Bee Gees)가 떠오르는 ‘All that’의 인트로나 ‘Warm blood’와 같이 실험적인 곡도 수록해 장르적 깊이를 더했다.
< Emotion Side B >는 앨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 Emotion >의 트랙 후보에서 탈락된 곡들을 모았다. 칼리의 강한 애착으로 빛을 보게 된 것. 3집의 연장선답게 음반은 정말 과거 그 자체로 돌아간다. 과거에서 훔쳐온 아이디어에 최신 사운드를 덧입힌 양산형 팝과는 달리 80년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다. 타이틀 곡 ‘First time’에 등장하는 퍼커션은 프리스타일의 그것과 닮아있고 ‘Higher’과 ‘Body Language’는 하이 템포가 아님에도 Company B가 연상될 만큼 Hi-NRG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뿐만 아니라 ‘Cry’의 베이스를 담당하는 전자음과 은은하게 깔리는 기타는 뉴웨이브 마저 흡수한다.
복고를 넘어 추억을 되살리는 작업은 성공적이다. 7080을 대표하는 장르와 요소들을 전부 투입했으니. 그렇다고 꼰대 음악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칼리의 농익은 송라이팅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듣기 좋은 과거가 가능했다. 또한 웨인 헥터(Wayne Hector), 더 버드 앤 더 비 멤버(The Bird And The Bee) 그렉 커스틴(Greg Kurstin) 등과 공동 작곡을 함으로써 팝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았다. 가감없이 솔직한 가사와 더불어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 ‘Call me maybe’의 명성이 앨범 단위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참, 음반에 수록될 뻔 했던 ‘When I’m alone’은 F(x)의 작품이 되었으니 < 4 Walls >의 분위기와 비교해 들어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편곡은 감안할 것.
-수록곡-
1. First time [추천]
2. Higer [추천]
3. The one [추천]
4. Fever
5. Body Language
6. Cry [추천]
7. Store
8. Ro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