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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worn white
케이티 페리(Katy Perry)
2020

by 장준환

2020.03.01

익숙한 펠릭스 멘델스존의 '축혼 행진곡' 선율 뒤로 임신한 케이티 페리가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낸다. 불안과 기쁨이 동시에 묻어나는 오묘한 표정과 손짓에는 굳은 결의마저 느껴진다. 이미지의 재발견이다. 치기 어린 사랑과 젊음의 찬가를 노래하던 팝의 말괄량이는 어느새 어머니의 이름으로 우뚝 서 있었다.


곡은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던 요란한 전자음과 흥겨운 팝 요소를 배제한 현악기와 건반 구성의 차분한 이지 리스닝 발라드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작법이지만, '흰 드레스는 입어본 적 없다'는 노랫말처럼 평소 장난기 넘치는 모습과 사뭇 다른 진지함이 되려 신선함을 부여한다. 이리도 욕심 없이 간결하게 짜여진 현대식 축가라니. 어쩌면 케이티 페리에게 새로운 국면을 가져다 준 건 과도한 이미지 변신이나 아티스트 간 진흙탕 싸움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감정선이겠다.

장준환(trackcam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