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스타일스는 원 디렉션 멤버 중 가장 뚜렷한 행보를 걷고 있다. 팝, 댄스, EDM 등 최신 유행을 따라가기 바쁜 다른 멤버들에 비해 꾸준히 영미 록 사운드에 기반한 음악을 발표했는데, 이번 곡 'Lights up'은 보다 비틀어진 팝송에 가깝다. 나른한 베이스를 시작으로 코러스를 향해 점층적으로 소리를 쌓아가는 덕분에 1절에서 곡의 전체적인 사운드를 음미하게 된다. 그러나 고의적으로 음을 튀어나가게 만든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의 로파이한 효과를 지나면 "Shine!"을 외치는 가스펠 코러스와 함께 해리 스타일스의 샤우팅이 후렴의 시작을 알리며 사이키델릭한 세계가 펼쳐진다. 1960년대 서부영화에 나올법한 신시사이저 음에 빛바랜 인디 사운드가 노래를 지배하며 퍼커션과 가스펠 코러스가 이렇게나 잘 어울릴 수가 없다. 3분이 채 안 되지만 완벽한 기승전결이다. 멜로디의 변화 폭이 크지 않아 전작의 'Sign of the times'가 주는 극적인 감동은 없으나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프로덕션과 아티스트 모두의 승리다.

Lights up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2019
정연경(digikid8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