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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ry Styles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2017

by 박수진

2017.06.01

청각을 울리는 화려한 전자음이나 존재감을 뽐내려는 사운드가 없다. 가장 먼저 들어오는 건 단단한 목소리의 힘과 단면이 다양한 보컬의 색. 진성과 가성, 그로울링을 매력적으로 오가는 보이스는 음반을 묵직하게 그려내고 뒤이어 들려오는 멜로디 선율은 단조롭고 선명하게 귓가에 울려 퍼진다. 가공 없이 악기, 보컬 본연의 소리만으로 매끄럽고 훌륭한 지향점을 찾았다.

청량하고 캐치한 곡조를 앞세운 인기 아이돌 그룹 원 디렉션의 전 멤버 제인(Zayn)이 트렌디함을 부각한 솔로 곡으로 기선을 잡았다면 해리 스타일스는 정공법의 록이다. 그것도 영국 특유의 거칠고 강한 로큰롤이 곳곳에서 숨 쉰다. 다만 이 1970, 80년대 숨결에 특색을 더하는 건 섬세한 감정. 과거의 것을 바탕으로 마음껏 펼쳐낸 소리에 그의 감성적인 접근이 더해져 근사하고 듣기 좋은 마침표를 찍었다.

그 때문에 타이틀 곡 ‘Sign of the times'의 흡입력은 상당하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읊조리듯 시작하여 밴드 사운드가 펼쳐지고 여기에 짙은 감성과 탄탄한 발성으로 버무린 이 곡은 아이돌이 아닌 하나의 뮤지션으로서 그의 욕심을 잘 담아낸다. ‘Only angel’, 'Kiwi’는 로큰롤 키즈의 면모를 ‘Two ghost’, 'Sweet creature'에서는 통기타 중심의 귀를 홀리는 멜로디로 이전과는 다른 음악적 변신을 일궈낸다.

영국 스타일의 거친 록, 록발라드, 통기타 중심 잔잔한 발라드까지 많이 담은 탓에 무게중심이 흔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단점을 상쇄하는 건 예상을 뒤엎고 과거의 향수를 쫓아 잘 뽑힌 곡. 그에게 한정된 대중적 시선과 음악적 고정관념을 확실히 뛰어넘었다. 색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싱어송라이터의 첫 앨범.

-수록곡-
1. Meet me in the hallway
2. Sign of the times 
3. Carolina
4. Two ghosts 
5. Sweet creature 
6. Only angel
7. Kiwi
8. Ever since new york
9. Woman
10. From the dining table
박수진(muzik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