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독맨션은 참 즐거운 밴드다. 특히나 공연장에서 에너지를 100% 발산하는 밴드로, 음악을 즐길 줄 알고 또 즐기게 할 줄 아는 유쾌한 소리꾼이다. 리더인 이한철은 항상 공연을 염두에 두고 곡을 쓴다 말하며, 음반은 공연을 즐기기 위한 가이드북으로 생각해 달라고 당부할 정도다. 신나는 리듬과 펑키한 멜로디가 홀을 가득 채워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를 춤추게 한다. 그간의 박동이 일정한 패턴 없이 몸과 마음이 가는대로 무작정 흔들게 만들었다면 이번엔 좀처럼 소개된 바 없는, 그리고 다소 고난이도의 패턴을 가지고 새로운 춤의 세계로 인도한다.
2주간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이한철은 새 음반 <Salon De Musica>에 여행의 흔적을 빼곡이 담아놓았다. 곳곳마다 스페인, 그리고 남미의 기운으로 가득 차 룸바, 쌈바, 지루박, 차차차 등 사교 댄스의 익숙한 리듬감이 매혹적으로 귀를 잡아 끈다. 그들 특유의 그루브를 유지하면서, 충실하게 형식을 따르며 정교한 박자 감각을 구사한다. 하지만 2주간의 타국 여정이 전부는 아니다. 대규모의 관현악이 풍성하게 울리고, 이국적이면서도 진지하지만 묘한 뽕끼를 감지할 수 있다. 가요 무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변방의 정취와 함께 트롯트의 친숙함이 흐른다.
웅장한 스케일의 현악으로 압도하는 'You'd expected, but we are...'와 전주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두 번째 곡 'Life is...'는 남미로 향하는 이들의 여행을 가장 뚜렷하게 설명해주는 곡이다. 모던 록과 펑크(funk)의 패턴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출발이기도 하다. 전자의 예가 공간의 여행이었다면 '사랑은 구라파에서'는 시간의 여행 같다. 브라스 연주로 가득 찬 이 곡은 과거의 악단, 그리고 신파의 악극을 연상케 한다. 화려한 편곡과 리듬감이 돋보이지만, 이들 곡이 단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도 또 다른 변화의 예다.
타이틀 곡인 'El disco amor'는 베네수엘라의 디스코밴드인 'Los Amigos Invisibles'의 원곡을 리메이크했다. 음반의 초반을 구성하는 노래들이 단조의 슬픈 기운으로 가슴을 적신 후, 이제는 불독맨션다운 흥겨움으로 우리를 다시 춤추게 한다. 가사의 반을 채우는 낯선 언어에 생경함을 느끼더라도 이제는 다시 즐길 수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의 음악적 모험은 'O' my sole'로 계속 이어진다. 특별히 일본의 퍼쿠션 주자를 기용해 성의를 기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그 밖에 처연한 사랑의 송가 '잘가라 사랑아', 남미 음악의 비장의 선율로 채워진 'Lucha! amigo(싸우라! 친구여)', 긴박한 브라스와 매혹적인 기타 리프의 '명탐정 차차차', 원현정의 허밍이 돋보이는 긴 곡 'Soul drive', 촉촉한 분위기의 라틴 곡 'Summer rain' 등 불독맨션은 숨가쁘게, 그리고 알차게 한 시간을 채워 놓았다. 여전히 즐거움을 유지하면서도 많은 마이너 선율을 통해 이제는 30대에 접어 든 이들 구성원의 묘한 심리 변화가 느껴지기도 하고, 새로운 음악의 시도라는 모험을 완숙한 연주실력으로 매끄럽게 다듬는 성숙함을 보이기도 한다.
여전히 불독맨션은 혈기탱천한 밴드이지만, 밴드가 추구하는 즐거움, 그리고 음악을 듣는 우리에게 선사하는 즐거움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나이의 숙명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도 먼 나라 여행을 통해 새로운 반란을 꿈꾸며 적어도 음악적으로 젊게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단지 '공연의 가이드'라고만 생각하기는 너무 아까운 완성도의 음반으로 2년 만에 돌아 온 새로운 불독맨션을 우리도 새로운 방법으로 맞아보는 건 어떨까. 그들의 정교한 리듬에 맞는 정교한 춤을 연습해 보는 건.
-수록곡-
1. You'd expected, but we are... (작곡 : 이한철)
2. Life is... (작사 : 윤영배 이한철 / 작곡 : 이한철)
3. 사랑은 구라파에서 (조정범 / 이한철)
4. 그녀 이야기 (윤영배 / 이한철)
5. El disco amor (이한철 / Jose Luis Pardo)
6. O' my sole (이한철 조정범 / 이한철)
7. 좋아요 (이한철 / 이한철)
8. Salon 'bley' (작곡 : 서창석)
9. 잘 가라 사랑아 (서영아 / 이한철)
10. Lucha! amigo (윤영배 이한철 / 이한철)
11. 명탐정 차차차 (이한철 / 이한철)
12. Soul drive (노이즈캣 이한철 / 이한철)
13. Summer rain (이한철 / 이한철)
14. The classic story of bulldogmansion (이한철 / 이한철)
15. Closing time (이한철 / 이한철)
16. El disco amor (radio edit : '사랑의 디스코') (이한철 / Jose Luis Pard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