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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k
불독맨션
2002

by 이경준

2002.10.01

-그래서 그들은 난장판으로 갔다-

이한철은 주류의 감수성과는 차별되는 선을 긋고 있는 이 시대 가요작가 중 한 명이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애티튜드는 확실히 반골적이었다. 1994년 <대학 가요제>에서 '껍질을 깨고'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가요계에 입문한 이한철은 인정받은 스타성을 뒤로 한 채 지하로 내려간다. 메인스트림의 유혹을 뿌리친 채, 록에 기반한 독자적 세계를 추구한 그는 옛 동료 장기영과 지퍼를 결성해 잠시 주목받기도 했지만 이내 듀오의 한계를 인식하고 새 그룹 불독맨션을 조직하게 된다.

작년에 공개된 <Debut EP>는 이한철의 새로운 관심사, 펑크(Funk) 풍 록에 대한 애정이 투영된 미니 음반이었다. 이번 신보는 <Debut Ep>의 업그레이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브라스를 대거 도입하고 콩가(Conga), 쉐이커(Shaker) 등 리듬 악기들을 사용해 발랄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사운드는 흥겹다. 앨범 타이틀이나 수록곡 'Funk'에서 미루어 추측할 수 있듯 앨범을 플레이하게 되면, 그 신나는 행진에 몸을 실을 수 있다. 댄서블함에 포커스를 맞춘 록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Destiny', 'Hello! My friend', 'Stargirl'같은 트랙들은 잠시도 몸을 쉬게 하지 않는다.

불독맨션의 음악은 그렇게 같이 몸을 부딪치며 떠들썩하게 즐기는 난장의 미학이다. 자, 함께 놀아요~!라며 쉴새없이 외쳐대는 리더 이한철의 지시에 따르다 보면 이들의 음악은 콘서트 장에서 접하는 게 더 좋겠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최근 출시된 록 음반 가운데 공연용으로는 손에 꼽힐 만한 콘텐츠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앞부분에 너무 악센트를 가한 탓에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약간 늘어지는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은 20곡이라는 방대한 구성(물론 101호부터 104호까지는 쉬어 가는 코너다), 혹은 과욕 탓이기도 하다. 완급과 조절의 미를 좀더 살렸다면 좋았으리라 짐작된다.

어쨌든, 왁자지껄하며 야단법석이다. 음반의 문을 열고 닫는 'Open the door'와 'Close the door'에서도 알 수 있듯 이들의 풍각쟁이적 태도는 말 그대로 초지일관이다. 몇몇 아쉬운 지점이 있지만, 심각한 자세로 해독이 불가능한 음의 난수표들을 양산하는 이른바 젠체하는 이들보다야 몇 배 낫다. 뮤지션과 함께 즐기고픈 팬들의 눈높이를 비교적 잘 짚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들은 난장판으로 갔다.

-수록곡-
1. Open the door
2. Funk
3. Destiny
4. Hello! My friend
5. Room #101
6. Apology/사과
7. Milk
8. Dream lover
9. Room #102
10. Stargirl/내 사랑을 받아다오!
11. 눈물의 Cha cha
12. Room #103
13. Buenos aires
14. We all need a lifetime, too
15. Happy birthday to me
16. Room #104
17. Part 1: alome
18. Part 2: escape
19. Part 3: she is my dance sister
20. Close the door
이경준(zakkrand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