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돌아왔다는 감회가 음악의 진가를 가리지는 않을까 하는, 좋게 들리는 것이 혹여나 간만의 재회에서 오는 반가움이나 팬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설 수도 있겠다. 걱정할 필요 없다. 감상을 제쳐 두어도 불독맨션의 신보는 괜찮은 작품이니 말이다.
즐길 수 있는, 뛰놀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는 이들의 모토 그대로 수록된 다섯 곡은 모두 신나고 흥겹다. 특유의 펑키한 리듬도, 세월을 뒤로 던져버린 이한철의 보컬도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The way'가 그렇고 'Do you understand'가 그렇다. 신디사이저 사운드까지 더한 'The way'는 당장에라도 심장 박동수를 하이 템포로 끌어올리며 교묘하게 정박을 피해가는 'Do you understand'에서의 보컬은 웃음을 유발하는 재치를 보여준다.
동시에 뉴 웨이브 식 접근이 보이는 '혼자 사는 남자'와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도 놓칠 수가 없다. 리듬 파트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탄탄하게 뒤를 받치는 짜임새 있는 구성 위에서 캐치한 후렴구와 서사 있는 전개를 각각 드러내는 두 곡은 음반의 후반부에서도 에너지를 유지하게 해주는 질감 있는 트랙이다. 그보다 앞서 등장하는 모던 록 사운드의 '침대' 역시 충분히 소구력을 끌어 모을 만하다.
전곡이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있다. 수록된 다섯 트랙을 모두 언급했다는 점이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노래 하나하나가 아쉽지 않고 또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관건은, 이렇게 응축된 힘을 어떻게 풀 것이냐에 있다. 미니 앨범의 특성 상 작품의 의미는 쉬이 휘발될 가능성이 높다. 내용물이 아무리 좋다 해도 다섯 트랙짜리 음반에 집중을 기하기란 쉽지 않다. 말 그대로 미니 앨범은 중간이라는 성격이 강할 뿐더러 처음에서도 언급했듯 9년만의 컴백이라는 이슈에 본질이 가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말은 거꾸로, 정규 음반에 가능성이 내포되어있다는 뜻이다. 채 드러내지 않은 나머지 공간이 드러나는 곳도, 조명이 제대로 향하는 곳도 역시 마찬가지다. 리빌딩의 종착역은 결국 풀 앨범이다.
이 즐거움에 기다림도 동반한다는 것이 조금은 걸리긴 하나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진짜 결과물에 시간이 필요하다해도 지금 상태는 낙관적이다. 간만의 결합에 상승효과도 함께 발생하니 우려의 점유율은 다시 한 번 줄어든다. 당장에 즐길 음악이 생긴 팬들의 입장에서는 그 마저도 이미 자취를 감췄다.
-수록곡-
1. The way [추천]
2. Do you understand [추천]
3. 침대 [추천]
4. 혼자 사는 남자
5.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