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의 대중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던 급이 다른(스스로의 앨범 소개에 따라) 두 랩퍼가 손을 잡았다. 오랜 변절 논란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건재함과 정당성을 찾아줄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그들은 이를 'B급 코드', 정극이 아닌 '콩트'에서 찾았다. 어쩌면 이런 '웃고 넘기는' 유머 코드야 말로 정면 돌파를 가장 비껴갈 수 있는 비책, 안전판이다. 제목의 '감'부터 '사과', '바나나' 등 각종 열매를 등장시켜 통일성 아니 과일성을 부여한다. 재미 코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말장난 '어머님 누구니 한번 뵙고 싶다', '치토스 같은 자식 언젠간 먹고 말거야'부터, 국가적인 유행어 '아 몰랑'의 배치도 재치가 흘러넘친다. 뮤직비디오는 요즘 미국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드레이크의 'Hotline bling' 패러디로 미적 감각을 올리고, '그렁그렁' '뛰뛰빵빵' 각종 의성어와 의태어를 동원해 허전한 비트를 때려 박는다. '발라드랩 정신', '욕 먹어도 좋아' 등 자신에게 쏟아지는 화살을 그대로 찔러 넣어 쿨내 나는 솔직함도 가득 탑재했다. 무엇보다 전략과 기획이 출중하다. 입에 착착 감기는 유행어들을 이 정도로 응축시켰으면 음원차트에서 오래 사랑받을만 하지 않은가. 역시 지니어스라는 별명은 괜히 나오는 말은 아니다.
못먹는 감
산이(San E)
매드 클라운(Mad Clown)
2015
김반야(10_b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