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 데미안 라이스 공연의 충격에 휩싸여 통기타 연주와 노래에 몸을 내던진 어린아이는 16세, 학교를 중퇴하고 집 없는 떠돌이 음악가로 변모했다. 음악 취향은 잡식성, 비틀스와 밥 딜런의 토양에서 자라난 플레이리스트 최상단에는 의외의 에미넴 < Marshall Mathers LP >이 자리한다. 포크 록과 힙합, 백과 흑을 연상시키는 이질성은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다. 2009년에만 312회 공연하며 차근차근 쌓은 음악성은 앨범 재킷의 적갈색 진저 헤어만큼 단단하다.
센세이서널한 데뷔작이다. 일렉트릭 사운드를 절제하고 포크에 기반을 둔 미니멀 구성을 택했기에 시류에서 벗어났다는 걱정은 기우. 발매 첫 주 영국에서 10만장 이상 판매, UK차트 1위를 기록했고 미국에서도 인정받아 빌보드 200 5위에 안착했다. ‘U.N.I’, ‘Wake me up’, ‘Lego house’로 이어지는 서정적 트랙은 포근하면서도 강직한 보컬을 표현할만한 최적의 스케치북 정통 리듬 위에 여러 색으로 그려진다. 마지막 곡이자 앨범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Give me love’에서 간절히 사랑을 갈구하는 메시지의 울림은 크다.
힘든 삶을 영위하고 항상 고찰하며 살아왔기에 청년의 치기를 넘어 깊은 가사를 써낸다. 앨범의 서막이자 그래미 노미네이트된 'The A team'은 슬픈 마약중독자들의 삶과 아픔을 공유하는 담담하게 툭툭 내뱉는 묘사 앞에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흔한 10대 유행가풍 사랑노래가 아닌 “나의 피가 알코올에 허우적거릴 때에만 너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Drunk'로 성인의 사랑을 그리며 런던에서의 방랑을 말하는 ‘The City’의 자칫 고루한 불평불만인 소재 역시 찰랑찰랑한 목소리로 새 생명을 얻는다.
공연에서 검은색 티를 입고 기타와 루프 스테이션만 가지고 온갖 밴드사운드를 홀로 주조하는 모습은 가히 시청각 충격. 즉흥 연주라 생각될 정도로 자유롭게 악기음을 겹겹이 쌓으며 완성한 비트에 사뿐히 얹는 솔직한 랩은 당돌하다. ‘You need me, I don't need you'의 돌진하는 래핑은 리드미컬한 R&B 사운드에 녹아들어 팔색조 매력을 부각한다. 흔히 백(白)의 영역에서 제2의 제이슨 므라즈에 비견되지만 흑(黑)의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에 그는 ‘제1의 에드 시란’이다.
20세 청년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데뷔작. 시작점 0에 아무리 < x >, multiply를 해보려고 시도한들 무한의 공 0의 잔향은 절대 지울 수 없다. 오직 < + >, plus를 할 때, 공허한 0에 머무르던 가치는 양의 영역으로 치환된다.
- 수록곡 -
1. The A team [추천]
2. Drunk [추천]
3. U.N.I
4. Grade 8
5. Wake me up
6. Small bump
7. This
8. The city
9. Lego house [추천]
10. You need me, I don't need you [추천]
11. Kiss me
12. Give me love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