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 없이 씨스타의 인기를 논할 수 없다. 대중들이 가창력의 표본으로 삼는 폭발적인 성량은 물론 섬세한 감정 표현까지 모범이라 할 수 있는 보컬은 한 그룹의 흥망을 좌우할 정도로 아이돌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유닛 씨스타 19와 각종 활동 등으로 이미 각종 검증은 끝난 상태였고, 자연스럽게 남은 것은 솔로 데뷔뿐이었다. 별다른 공식 입장 없이도 기대는 커져만 갔다.
첫 트랙 'Lonely'만 듣고 있노라면 기대가 현실로 거듭난 듯하다. 서정적인 선율 위에 곡의 애수를 깊게 하는 가녀린 보컬은 새로운 디바의 등장을 알리는 섬세한 선전포고와도 같다. 문제는 이 신선함이 앨범 전체로 이어지지 못하고 들쑥날쑥한 기조를 보인다는 점이다. 곧바로 다음 '너밖에 몰라'는 전형적인 씨스타, 씨스타19의 히트공식을 이어가는 뻔한 형식을 취한다. 다양한 수를 가진 쪽은 효린임에도 대중적 기호를 신경 쓰다 보니 한 방향만을 고집하고 있다. '사랑하지 마' 또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매드 클라운이 함께한 '스토커'는 이미 큰 인기를 얻었던 '착해 빠졌어'의 속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고, '립스틱 짙게 바르고'는 'Give it to me'에 랩을 얹은 것과 유사할 정도로 새로움을 찾기 어렵다. 씨스타의 앨범에 수록되었다면 큰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개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솔로 앨범에까지 굳이 이런 곡들을 수록해야 했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다소 맥이 빠져있지만 주목할 만한 순간들도 존재한다. 뜬금없는 전자음의 활용이 당황스럽지만 '마사지'의 도발적인 가사와 끈적끈적한 비트는 영미권 R&B를 연상케 하고, 'O.M.G'는 세간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머리의 센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아리아나 그란데를 닮은 'Falling'은 약할 때는 약하게, 강할 때는 강하게 만능의 모습을 보여주는 효린 보컬의 정수를 보여준다.
< Love & Hate >는 상반된 두 단어처럼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이 혼재된 앨범이다. 이제껏 잘 먹혔던 전략을 굳이 와서 변경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당사자가 효린이라면 과감한 시도가 요구된다. 덕분에 앨범은 안전해졌지만, 잠재된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더 큰 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주도권을 잡고도 이미 오래 전에 끝난 가창력 검증 수준에 머무른 것은 솔로 활동, 그것도 효린의 데뷔 앨범으로는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수록곡-
1. Lonely [추천]
2. 너 밖에 몰라 (One way love)
3. 사랑 하지 마 (Don't love me)
4. 스토커 (Stalker) (Feat. 매드 클라운)
5. 마사지 (Massage) (Feat. Dok2) [추천]
6. Closer
7. 립스틱 짙게 바르고 (Feat. Zico of Block B)
8. Falling [추천]
9. O.M.G (Feat. 릴보이 of 긱스) [추천]
10. 오늘 밤 (Tonight)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