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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Heroine
로드(Lorde)
2013

by 김도헌

2013.10.01

마일리 사이러스, 케이티 페리, 제이지, 드레이크. 쟁쟁한 팝 스타들의 컴백에도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은 낯선 뮤지션의 차지다.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영미권 스타겠거니 생각할법 하지만, 뉴질랜드 태생의 로드는 이제 갓 미국으로 날아온 16세의 소녀 싱어송라이터다. 작년 데뷔 EP를 내놓은 그야말로 신예 중의 신예지만, 빼어난 미모나 즉발성 흥미의 음악으로 인기를 얻은 것이 아니다. 빛나는 것은 견고하면서도 주체적인 음악 세계다.

3주째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Royals'부터가 '안티-팝(Anti-Pop)'적인 노선을 가장 명확히 하는 곡이다. 팝 시장의 최신 트렌드인 과시적 가사, 무분별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꼬집는 내용의 노래는 당당하며, 그 누구보다도 솔직한 그녀만의 온전한 세계다. 이러한 메시지는 허영에 대한 고찰인 'Team', 십대 시장과 연예산업에 대한 비유적 표현이 빛나는 'Glory and gore' 등을 통해 앨범에서 일관되게 구현된다.

음악은 일반적인 인디 팝의 형식을 취한다. 읊조리는 듯한 보컬에서는 그라임스나 파이스트가 느껴지고, 나근나근한 힙합 비트 위의 기타 사운드는 노이즈를 제거한 슬레이 벨즈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그녀가 '제2의 누구'라는 표현에 묻히지 않은 것은 이러한 특성들을 온전한 자신의 음악으로 빚어냈기 때문이다. 특별한 정점 없이 듣는 이들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의 'Tennis court', 능숙한 완급 조절이 돋보이는 'Ribs'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그녀가 예상외로 굳건한 기반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트랙이다.

많은 이들이 로드에 대한 평가를 '16세 소녀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이라는 문구로 대신한다. 물론 음악적 대담함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16세'라는 나이를 뛰어넘은 능력의 발현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역설적이게도, 그 나잇대가 가지는 생각과 표현을 아무런 조작이나 첨가 없이 솔직하게 표현해냈다는 점이 정말로 그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다. 더 대단하게, 더 성숙하게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로드는 오히려 본연의 감정에 충실했다. 만연하는 가식 속에서 순수한 그녀가 주목받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맑은' 영웅의 등장은 언제든 환영이다.

-수록곡-
1. Tennis court [추천]
2. 400 lux
3. Royals [추천]
4. Ribs [추천]
5. Buzzcut season
6. Team
7. Glory and gore [추천]
8. Still sane
9. White teeth teens
10. A world alone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