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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idsummer Station
아울 시티(Owl City)
2012

by 김근호

2012.09.01

“안녕하세요. 저는 아담입니다. 현실보다는 백일몽을 더 좋아하지요. 저는 지하실에서 곡을 쓰고 녹음합니다. 불면증을 겪고 있어요. 이 노래들은 죄다 그 잠 못 들던 밤의 결실들입니다.”

아담 영의 솔로 프로젝트인 아울 시티의 시작인 뮤직 커뮤니티 사이트 마이스페이스에 그가 직접 올린 자기소개 글이다. 이를 인용해 그의 4번째 정규 음반 < The Midsummer Station >을 다섯 자로 표현하면 이 정도가 될 듯하다. '불면증완쾌'.

입체감이 더해진 일렉트로니카 사운드가 1980년대 신스 팝을 회춘시켰다. 손때 묻어나는 아날로그 신시사이저 소리와 독백체로 풀어내는 파스텔 톤 감성의 아울 시티도 2009년 'Fireflies'의 빌보드 핫 100차트 1위, < Ocean Eyes >의 빌보드 앨범차트 8위를 기록하며 소생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이 성적은 그에겐 포스탈 서비스의 모조품이라는 평가절하를 무색하게 만드는 팬들의 지지이기도 했다.

이처럼 비판을 묵살시킬 수 있던 요인은 제시한 소개 글에 이미 나와 있듯 깊은 밤 지하실에서 이룬 아름다운 사색이 음악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주로 자연물을 소재로 한 몽상적인 음악은 아우 시티의 분신이자 자신의 존재에 대한 필수 조건이 되며 주체성을 확립했다. 불면증에서 떨어진 외로움이 아울 시티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 The Midsummer Station >에는 그만의 자아가 없다. 줄곧 혼자서 작사, 작곡을 수작업 했지만, 이번 음반에선 두 곡을 제외한 모든 곡의 크레디트에 여러 이름들이 기록되어 있다. 리한나의 < Loud >와 < Talk That Talk >를 함께 작업한 노르웨이 프로듀싱 팀 스타게이트는 'Shooting star'에서 하우스 뮤직의 손길을, 케이티 페리의 < Teenage Dream >에서 음반 엔지니어를 맡았던 에밀리 라이트는 'Dreams and disasters'와 'Gold'에서 강해진 비트와 뚜렷한 훅을 첨가하며 일반적인 댄스 팝의 단색을 덧입혔다. 여기에 빌보드 차트 9주 연속 1위를 기록한 칼리 래 젭슨과 호흡을 맞춘 'Good time'은 빌보드 싱글차트 탑 텐을 기록했지만 주객전도의 존재감과 흥행의 꼼수마저 보여준다. 상업성의 한계가 지닌 진부함이 결국 개성을 희석시키며 정체성의 부재를 낳았다.

다행히 주체가 되어 보여주는 새로운 모습은 희망을 준다. 수작업을 이룬 'Dementia'와 'Silhouette'은 다른 장르와의 준수한 이음세로 변신을 꾀했다. 'Dementia'은 스트로크의 움직임이 뚜렷한 거친 기타와 투박하게 리드하는 정박 드럼비트로 록의 느낌을 내고, 피아노의 선율과 조화를 이룬 발라드 'Silhouette'은 애상함을 터트리며 한 발자국 물러선 신스 팝에서 놓인 연명의 길을 보여준다.

아울 시티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했음을 < The Midsummer Station >을 통해 꿰뚫어볼 수 있다. 아울 시티는 더 이상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상상과 현실을 뜬 눈으로 여행하지 않는다. 혼자가 아닐뿐더러 이젠 숙면도 취할 것이다. 이렇게 아담 영의 불면증이 완쾌되자 아울 시티는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 수록곡 -
1. Dreams and disasters
2. Shooting star
3. Gold
4. Dementia [추천]
5. I'm coming after you
6. Speed of love
7. Good time [추천] 
8. Embers
9. Silhouette
10. Metropolis
11. Take it all away
김근호(ghook040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