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방송이었다. 그런데 가수로 데뷔한 개개인의 앞날에는 더 탈이 많아질 것 같아 걱정이다. 수십만 분의 일, 수백만 분의 일의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철저히 토사구팽당한 서인국과 허각은 물론, 음악 자체로 기대를 모으던 김지수마저 기대에 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니.
오디션 프로그램 < 슈퍼스타K >가 남긴 여러 신인가수 중, 단순한 싱어의 차원을 넘어 뮤지션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던 인물이라면 단연 장재인과 김지수였다. 한 명은 나이답지 않게 포크를 (어느 정도인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다른 한 명은 어쿠스틱의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기타연주자이며, 개성 충만한 보컬리스트라는 점에서 그랬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 두 명이 각각 작곡과 편곡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참가자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는 보컬을 떠나 총체적인 음악적 역량에 있어서 다른 참가자들보다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능력임에 분명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남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야 할 다른 참가자들과는 다른 행보가 기대된 것은 이런 연유다.
이 앨범은 그런 기대에 대한 부응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소속사의 입김도 작용했겠지만 그의 송라이팅 능력을 엿볼 수 있는 곡이 '금방 사랑에 빠지다' 한 곡일뿐더러, 그간 김지수가 보여준 콘셉트에 비하면 그마저도 질적으로 아쉬운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멜로디가 수준 이하인 것은 아니지만, 주변의 여자들이 예쁘고, 아름답고, 섹시하다 말하는 것이 처음이자 끝인 가사는 아무리 그의 나이를 감안한다 해도 지나치게 유치하다.
다른 곡들도 지극히 신변잡기적인 주제에서 더 나아가지 않는다. 아메리카노와 맥주에 대한 뜬금없는 찬양으로 시작하는 첫 곡, '명품노래'부터가 그렇다. 일상과 주변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아닌, 사유 없는 일상의 나열에 머무는 가사라면 식상하기만 할 뿐이다.
모이다밴드의 곡을 커버한 'Chocolate drive'의 재탕은 물론, 월화수목금을 1차원적으로 나열하는 'Friday'에서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레베카 블랙(Rebecca Black)이 부른 동명이곡의 악몽이 생각날 정도이니 말 다했다. 타이틀인 '너무 그리워'의 선율마저 과하게 익숙해 반복청취의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약점이다.
쇼가 모두 끝난 상황에 나온 김지수의 첫 미니앨범은 앞으로 그가 온전히 홀로 설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남겨준다. 지금이야 방송을 통해 생긴 팬들이 그를 받쳐주고 있지만, 좀 더 멀리 보지 않는다면 그마저도 위험해질지 모르겠다.
-수록곡-
1. 명품노래
2. 너무 그리워
3. Friday
4. Chocolate drive
5. 금방 사랑에 빠지다
6. 수수께끼 (Feat. 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