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When Ronan Met Burt
로넌 키팅(Ronan Keating)
버트 배커랙(Burt Bacharach)
2011

by 성원호

2011.04.01

솔로 경력 10년간 인상적인 순간이 없다. 활동 초반, 'Life is a rollercoaster'와 커버곡 'When you say nothing at all'이 히트리스트에 올랐지만 그게 다였다. 보이존(Boyzone)시절 받은 인기세례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로넌은 '자신이 곧 보이존'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쌓아놨던 명성을 조금씩 소진하며 보냈다.

그를 평범한 팝가수로 만든 원인 중엔 확실한 결정타가 없었던 점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과한 리메이크에 있다. 'When you say nothing at all,' 'Iris,' 'We've got tonight,' 'If tomorrow never comes' 등 굵직한 곡들을 잇달아 섭렵했고, 2009년엔 < Songs For My Mother >와 < Winter Songs >을 연이어 발표하며 행렬에 방점을 찍었다.

2년 만에 선보인 작품도 리메이크다. 전과 다른 점이라면 단일 원작자의 트리뷰트 형식을 취한 점과 그 원작자가 직접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팝계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버트 바카락(Burt Bacharach)이 바로 그 주인공. 수많은 명곡을 썼던 팝계의 베테랑이 참여했으니 작품의 명분 또한 갖춘 셈이다.

가차 없이 쏟아진 리메이크의 폭우 속에서 대부분은 원작만 못하단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너무 답습하려고만 하거나 반대로 본인 스타일을 고수하다 원곡의 감정 선을 놓친 경우, 커버 작은 다시 불렀단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가 힘들다. 안타깝게도 로넌 키팅(Ronan Keating)의 앨범은 상기한 조건에 모두 부합된다.

풍성한 편곡으로 곡들을 충실히 재현했지만, 정작 이를 마무리해야할 로넌의 보컬은 음악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기만 한다. 버트의 작품 속에 공통적으로 내재된 고즈넉한 감성을 전혀 살려내지 못했고 로넌의 장기이던 따스했던 보컬 톤과 섬세한 떨림 또한 실종되었다. 'The look of love'의 그윽함, 센티멘탈하며 처연한 'Walk on by', 'What the world needs now' 속 벅찬 애정 충만의 순간에서 로넌은 오직 단편적 목소리로 일관한다.

무미건조한 목소리, 따스한 감정과 깊은 울림이 희미한 보컬은 이 작품의 완성도를 저해하는 요소다. 버트 바카락과 그렉 웰스(Gregg Wells)가 친히 주조한 오케스트레이션은 필요이상으로 냉정한 보컬 탓에 감동이 반감되었다. 분위기를 훈훈하게 지펴 놓은 상황에서 로넌의 음성이 그 무드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이다.

명곡들로 꾸려냈고 원작자가 참여한 환경에서 커리어 상 최악의 작품이 탄생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주인(主因)에 그의 보컬이 자리한다는 사실은 치명적이다. 로넌과 버트의 만남은 어떠한 의미도 낳지 못하고 개운치 않은 오점만을 남겼다. 출신이 유사한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가 < Swing When You're Winning >에서 선보였던 재능을 생각하면 이 작품이 더욱 더 초라하게 느껴진다.

-수록곡-
1. The look of love
2. Walk on by
3. I'll never fall in love again
4. Arthur's theme (The best that you can do)
5. My little red book [추천]
6. What the world needs now
7. Something big
8. I just don't know what to do with myself
9. This house is empty now
10. Make it easy on yourself

1, 2, 3, 5, 6, 8, 10 lyrics by Hal David, written by Burt Bacharach.
4 written by Christopher Cross, Burt Bacharach, Carole Bayer Sager & Peter Allen.
9 written by Burt Bacharach & Elvis Costello.

All songs produced by Burt Bacharach & Gregg Wells.
성원호(dereksung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