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나잇 & 데이 (Knight & Day)
존 파월(John Powell)
2010

by 김진성

2010.07.01

극중 주인공 로이 밀러의 실제 성 "나이트(Knight)"와 대사 “언젠가는 참 위험한 말이에요. 그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은 말이니까”에서 딴 “Someday"를 결합한 합성어를 제목으로 삼은 영화 <나잇 앤 데이>(Knight and Day)는 <샤레이드>(Charade)나 <로맨싱스톤>(Romancing The Stone)과 같은 낭만적 액션 코미디의 경쾌한 매력을 추구한다. 가차 없이 펼쳐지는 액션의 수위만 적당히 조정했더라면 더 친근하게 다가왔을 배우중심의 영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적 이야기의 발단은 만인이 오가는 공항을 무대로 펼쳐진다. 억지로 꾸며진 듯 다소 부자연스러운 운명적 만남 이후 로맨스가 개입할 여지도 없이 톰 크루즈(Tom Cruise)와 카메론 디아즈(Cameron Diaz) 사이에 코믹한 상황이 자연발생적으로 연달아 터진다. 하고 많은 여름영화들이 CGI(컴퓨터생성화상)의 과잉을 의무적으로 따르고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과 같이 액션장면들에서 디아즈와 크루즈의 유쾌한 궁합을 보는 것은 차라리 인간적인 면에서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기틀을 잡아준다. 되레 본질적으로 만화적으로 대체 왜곡된 과장의 연속장면은 두 연인의 타고난 궁합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반감을 살 소지가 다분하다.

요즘 여름극장가 관객들은 솔직히 특수효과세례에 완전히 녹다운 될 기세다. 윽박지르는 굉음과 시각적 파편들이 관객들의 환심을 살 유통기간이 얼마나 갈지 사실 불확실하다. 매력과 위트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아기자기하고 오소 독소한 재미를 찾는 관객들을 붙잡을 이 영화에서도 자동화기는 무섭도록 불을 뿜고 그 자리엔 온통 특수효과가 진을 치고 관객들을 호령한다. 크루즈와 디아즈처럼 카리스마 있는 스타급 배우들과 A급 감독을 가지고도 과연 양다리를 걸쳐야만 했던 걸까.



영화는 심히 오락적인 재미로 점철되어 있다. 감독은 제임스 맨골드(James Mangold), 이전 환상적 로맨스 <캐이트와 레오폴드>(Kate and Leopold, 2001)와 자니 캐시의 음악인생을 다룬 전기 영화 <앙코르>(Walk the Line, 2005), 그리고 서부극 <3:10 투 유마>(3:10 to Yuma, 2007)로 국내영화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카메룬 크로우 감독의 <금지된 사랑>(Say Anything, 1989)과 줄리 테이머 감독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Across the Universe, 2007), 두 음악영화로 유명한 영화각본작가 패트릭 오닐(Patrick O'Neill)과 손잡은 맨골드 감독은 <샤레이드>(Charade, 1963)를 위시해 캐리 그란트(Cary Grant)가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물의 전통을 따르지만 마이클 베이(Michael Bay)의 감각적 기교를 답습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최신의 시각적 효과를 적극 활용했다.

인공적 시각의 포화 속에서도 자신들을 에워싼 온갖 소란스러운 상황에 제압당하지 않고 크루즈와 디아즈가 제각기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낸 것은 실로 “환상의 짝궁”스럽다. 그들은 영화를 작동하는 원동력이다. 명랑 쾌활한 본원적 에너지를 제대로 쏟아 부은 진정한 영화의 활력소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닥치는 모든 시추에이션이 완전한 별꼴이 반쪽임을 알면서도 재밌게 즐기도록 협력해낸다. 언젠가부터 블록버스터를 외형만으로 평가하는 풍조가 생겨나면서부터 관객들은 배우나 내용물의 실속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콘셉트와 상품명 그리고 겉포장에만 치중하는 구매패턴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인간적인 면을 넘은 테크놀로지의 승리라 해야 할 것 같지만 두 배우의 유쾌 상쾌 통쾌한 운명적 결합은 캐릭터의 존재가 단지 특수효과에 끼워 넣는 삽화가 아님을 증명한다.



이야기의 구성은 아주 인상적인 맥거핀(MacGuffin)을 사용해 만들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격이랄까. 로이 밀러, 톰의 캐릭터는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다. 악당들이 바라는 것을 손에 쥔 선인. 마치 <미션 임파서블 3>의 “토끼발 또는 함정”(Rabbit's foot)과 같은 그 무엇이 소위 영화에서 말하는 맥거핀이다.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고 관심을 집중시키는 구성적 장치나 요소이지만 이야기에서 사실상 그렇게 큰 영향력을 가지지는 않는다. 맥거핀은 결국 떡밥에 불과하다는 말씀. 이야기의 요점은 아니다.

어쨌든, 로이는 우연히 준 헤이븐스(카메론 디아즈)를 공항에서 만나고 그 순간부터 준은 로이와 함께 있으면 “요만큼 살고”, 그렇지 않으면 “요만큼 사는” 그런 운명적 사슬에 묶이는 포로 신세가 된다. 그야말로 조작된 운명, 하지만 둘의 화학적 결합으로 인해 장차 관람기대만족. 둘의 옥신각신, 오락가락 입씨름과 표정연기, 액션은 계속해서 웃음을 제조하고 관객의 심리를 무장해제 시킨다.

필연적 우연의 조우 직후 두 남과 여는 같은 비행기 안에서 필사의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산발적으로 자리한 몇몇 남자들만을 제외한 다른 승객은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화장실로 가 음탕한 상상에 희희낙락. 그새 그는 조종사들을 포함한 남자승객들을 모조리 제거해버린다. 아무소리도 못 들었다는 게 쉽게 납득가지 않지만 화장실서 나온 그녀는 자신이 FBI(미국연방수사국)의 요원들을 피해 도주 중인 비밀요원이라는 그의 설득에 함박웃음을 터뜨리지만, 그 이후로 로이가 주는 약만 먹으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여기저기로 세상을 옮겨 다니는 얄궂은 운명에 처한다. 단지 멋져 보이는 남자이기에 한번 끼를 발산해보려 한 것뿐인데 자꾸만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향하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는 없는 걸까.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다. 나쁜 놈들이 맥거핀을 뺐으려고 안달복달, 죽자 사자로 달려드는 통에 잠시도 생각할 여유조차 없으니 그냥 그렇게 가보는 수밖에. 비행기 내에서 죽음을 당할 게 아니라 차라리 비행일정표를 받아 기착지에서 기다리는 편이 나았을 것인데도 맥거핀에 미친 객들은 이미 이성상실, 관객들은 어이상실이다. 이 엄청나게 어리석은 정부 측 바보들은 꼭 사고치고 뜨악(!) 하면서도 끝끝내 또 사고치자고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게다가 사업적으로 눈독들인 스페인 악당들까지 가세하신다. 로이는 명민하게 양극단의 어리석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면서 세계 각지를 여행하고 덕분에 준은 팔자에도 없는 호강하게 생겼다.

그 요소들은 신나는 쾌감을 담보한다. 거기엔 또한 그들이 국제적인 추격을 피해 해외 각지들 돌면서 반복해서 사용하는 재미있는 농담들이 있다. 영화는 매사추세츠, 황소 떼의 틈바구니에 끼어 도주하는 스페인, 캘리포니아, 자마이카, 오스트리아 그리고 미국 일리노이주 캔카키 등지를 오가는 장대한 스케일과 눈부신 경관을 동반하고 로이와 준은 어쩌다 도망자 커플에서 숙명적 연인으로 그리고 타고난 비밀요원결합으로 거듭난다. 겁나게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짤막한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여유롭고 정감어린 그들 앞에서는 수천발의 무수한 총알도 피해간다. 오토바이, 자동차, 기차, 비행기 그리고 낙하산을 타고 끊임없이 도주하지만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네버 다이.

그 여자 준, 그녀는 노련한 연예인. 로이의 말이라면 믿고 따를 준비가 돼있는 그녀는 지구촌 방방곡곡 어디든 출동할 태세. 왜 서로 그렇게 죽고 못 살 것처럼 어울리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로이는 맥거핀을 쥐고 있고 그녀는 증인. 이 영화가 바로 톰 크루즈와 카메론 디아즈 주연의 로맨틱 액션 코미디란 이유를 말하려는 거다.

백치미가 좔좔 흐르는 디아즈의 활짝 웃음에 덩달아 기분 좋아지고 시종 제이슨 본 못지않게 뛰고 달리는 게 특별한 매력이자 그만의 독특한 주의중 하나인 톰 크루즈의 실제 몸을 던진 활약과 때에 따라 황당하게 웃기면서도 재치 있고 신사적인 자태를 보면서 박수갈채까지 보내게 된다. 캐리 크란트(Cary Grant)식 대화와 추파를 던지는 불장난 연애의 강도를 조금 더 높였으면 캐릭터의 느낌이 더 살지 않았을까. 되레 “섹스가 당긴다.”며 심히 솔직하게 한 술 더 뜨는 디아즈의 매력이 더 사는 것 같은 이유다. 배우들의 썩 괜찮은 궁합을 보는 맛에 영화적 재미도 남다를 수 있다는 걸 고집스럽게 보여준 쾌작.

영화에는 15곡의 노래가 다발로 사운드트랙에 실렸다. 고탄 프로젝트부터 홀 앤 오츠까지, 하지만 사운드트랙앨범은 단지 스코어만 담겨있다. 007 제임스 본드나 톰 크루즈가 종횡무진 활약 인기리에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온 <미션 임파서블> 또는 <본>시리즈처럼 스파이무비를 표방한 액션 로맨틱 코믹물인 만큼 해외로케이션 촬영에 의한 다국적 배경이 무대로 펼쳐지고 스코어 또한 무대의 분위기에 충실하다. 삽입곡 또한 배경에 부합하면서 다양한 시대와 스타일의 노래들이 시각적 만족과 함께 청각적 충족감을 준다.

멋진 액션, 웃음 주는 코미디, 괜찮은 궁합, 영화를 구성하는 재료들의 조화는 매우 신나고 재미있다. 톰 크루즈는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장기를 잘 살려 유쾌한 오락적 쾌감을 선사한다. 음악은 톰 크루즈가 주연한 첩보원 로이 밀러와 카메룬 디아즈의 캐릭터 성향에 합당하게 좌충우돌 코믹스럽고 예측불허다. 하지만 음악들은 호감을 배가시키는 곡조의 연속이다. 고탄 프로젝트가 영화의 맨 처음 음악적 배경 역할을 수행한다. 해리 그렉슨-윌리엄스가 곡을 쓴 영화 <펄햄 123>(The Taking of Pelham 123)에서 'An ass model named lavitka'를 차용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노래로는 독일출신의 스콜피온스의 'Rock you like a hurricane'이 사용되었다. 이 곡은 영화의 초반 불시착하는 비행기 앞에 달리는 트럭기사가 신나게 따라 부르며 절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허리케인처럼 당신을 강타할 테야'라는 제목이 실제 임박한 상황적 분위기에 적격.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는 영화의 주제가 'Someday'로 톰 크루즈의 흥행전선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나섰다. 산뜻한 해변을 배경으로 유쾌 상쾌하게 끝맺는 영화의 종영과 함께 캐치한 곡조로 흥을 쳐준다.

하지만 귀에 착 달라붙는 “깜놀” 노래는 좋든 나쁘든 'Louie Louie'(루이 루이)일 것이다. 킹스멘(Kingsmen)의 유명한 노래는 마치 로이를 연호하듯 울려대는 휴대전화 벨소리로 사용되었다. 기막힌 설정이 아닐 수 없다. 피트(핏제랄드)가 애호하는 그룹의 노래로 로이와 준이 피트를 찾아 창고 안 트레일러를 둘러보는 동안 오디오를 통해 나오는 홀 앤 오츠(Daryl Hall & John Oates)의 'Private eyes'도 '사설탐정'이란 제목마따나 장면에 딱 맞아떨어지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경쾌한 분위기를 더한다. 스코어는 작곡가 존 파웰(John Powell)이 맡아 스페인의 플라멩코 기타연주를 기본음색으로 전자음악과 오케스트라를 혼용해 절묘한 무드 조성에 기여했다.

- 영화 사운드트랙에 사용된 전곡 노래목록-
01. 'Louie Louie'(루이 루이) - 킹스멘(The Kingsmen): 로이의 이동 휴대전화 벨소리
02. 'Santa Maria'(산타 마리아) -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 비행기탑승, 명단 작성
03. 'Santa Maria(Pepe Braddock Remix)'(산타 마리아 페페 브래독 리믹스):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 비행 중 루이와 정보원들 간 격투
04. 'Rock You Like a Hurricane'- 스콜피온스(Scorpions): 비행기 불시착 동안 도로 위를 질주하던 트럭 운전사가 따라 부르는 노래
05. 'Diferente'- 고탄 프로젝트(Gotan Project) 저녁식사로 파이를 먹은 후 자동차 추격 장면
06. 'Private Eyes' - 홀 앤 오츠(Daryl Hall & John Oates):브루클린, 사이먼의 안전가옥
07. 'Dolby's Con' - 크리스토프 벡(Christophe Beck): 열차에서
08. 'Workin' All Night - 핫 투스페이스트(Hot Toothpaste): 호텔
09. 'An Ass Model 'Named Lavitka'(영화 펄햄 123에서 발췌-해리 그렉슨-윌리엄스(Harry Gregson-Williams)
10. 'Shot Down'- 소닉스(The Sonics): 웨딩 또는 사이먼의 이어폰
11. 'Tales of Old Street Fighters'- 드라이버스(The Drivers): 사이먼의 이어폰
12. 'Louie Louie'- 킹스멘(The Kingsmen): 자동차 정비소
13.'La Cancio de San Fermin'- 민속음악(Traditional): 에스파냐 세비야
14. 'Ride Like the Wind'- 크리스토퍼 크로스Christopher Cross)와 마이클 맥도널드(Michael McDonald): 준이 로이를 병원에서 빼내 도주하는 장면.
15. 'L'Amour D'un Jour'- 열정 넘치는 플라멩코 기타 연주로 월드뮤직 슈퍼스타가 된 집시 킹스(Gypsy Kings) 가문의 춘부장 호세 레이에스(Jose Reyes)와 그의 아들들이 결성한 집시 킹스의 전신 로스 레이에스(Los Reyes): 해변 가에서 차를 몰아 떠나는 장면을 배경으로 흥겹게 흘러나온다. 일정한 지역에 머물지 않고 평생 떠돌아다니는 집시들의 관습을 따라 로이와 준, 그들 역시 이곳저곳을 전전하며 살게 될 거라는 걸 암시(?)
16. 'Someday(Theme from Knight Day)'- 블랙 아이드 피스(The Black Eyed Peas): 엔드크레디트
* 오리지널 스코어: 존 파웰(John Powell)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