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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커피
장기하와 얼굴들
2008

by 윤지훈

2008.11.01

요즘 인터넷 세대에서는 장기하가 대세다. 넷상에서 알음알음으로만 회자되던 장기하는 독특한 노래와 무대연출로 네티즌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순식간에 각종 블로그, 유머 게시판을 통해서 패러디, 아이콘화 되고 있다. 그가 수년째 드러머로 재직 중인 ‘눈뜨고 코베인’을 압도하는 유명세다. 현재 그는 홍대 앞 인디씬에서 가장 괜찮은 인물들만 모았다는 ‘얼굴들’이란 밴드를 조직해 활동 중이다.


그가 발표한 유일한 공식 싱글인 ‘싸구려 커피’는 분명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곡이다.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패배자, 루저, 룸펜의 정서는 노랫말 전체에 노골적으로 담겨 있으며, 2절에서는 랩과 읊조림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기타와 퍼커션의 극도로 절제한 사운드지만 쉴새 없이 몰아치는 멜로디와 노랫말로 지루함을 느낄 새는 없다. 혹자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을, 누군가는 ‘산울림’을 언급하기도. 확실히 재치와 재기를 동시에 갖춘 신인의 등장이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대중의 관심이 ‘재미’라는 측면에 치우쳤다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주목을 받게 된 계기도 직설적인 가사와 무대 매너이고, 그의 노래가 소비되는 곳도 대체로 유머 위주의 게시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유명세가 얼마 전 ‘빠삐놈’ 열풍과 다른 점이 있을까.


또, 실제로 벼랑 끝에 내몰린 처지에 있었던 ‘달빛요정’과는 달리,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라는 점도 그의 노래에 대한 진실성을 의심하게 된다. 일부는 배신감마저 느낄 수도. 더 나아가면 장기하가 과연 소속사 '붕가붕가 레코드'의 모토대로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갖게 된다.


참신한 신인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미지 소비 위주로 진행되는 제반 상황은 좀 위태로워 보인다. 그 이전에 이것이 본인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인지부터가 확실하지 않다. 결국 앞으로의 발전 양상은 그의 행보에 달린 터. 장기하의 정규 앨범을 기다려본다.

윤지훈(lightblue12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