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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 파탈 (Femme Fatale)
류이치 사카모토(龍一坂本)(Ryuichi Sakamoto)
2002

by 김진성

2005.05.01

1940년대에서 60년대에 걸쳐 영화에 등장했던 섹시한 악녀를 지칭하는 팜므 파탈. 매혹적이고 지능적인 이 요부 캐릭터는 대개 남자를 배신하고 결국 파멸에 치닫게 만드는 존재다. 무엇보다도 관능미가 우선인 이 배역의 대표인물로는 리타 헤이워드, 바바라 스탠윅, 존 크로포드, 캐서린 터너 등의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인구에 회자된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이 대표적 캐릭터와 동반관계에 있는 필름느와르 장면들을 스타일리시하고 치명적인 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의욕이 완벽하게 구현된 영화 <팜므 파탈>(Femme Fatal). 현실과 꿈이 병치되어 있는 영화는 내러티브 상 사건의 전말이 확연히 드러나지만 영화의 본원적 차원에서 촘촘히 얽어 놓은 시각 이미지들이 보기에 따라 다각적인 견해를 갖게 한다.

내러티브의 시각화를 통한 서스펜스, 즉 드 팔마 감독의 영화형식이 이야기보다는 철저히 시각적 언어로 어필하는 만큼 많은 장면들이 대화 없이 길게 진행된다. 이에 관해 “제 영화에서 음악은 또 다른 주인공이죠.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에요.”라고 자신의 영화에서 음악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와 같이, 그의 영화에서 음악은 곧 영상과 한 덩어리이며 시청각적 이미지를 완성시키는 필수요건인 것이다.

이 영화를 심포니에 비유하며 “시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많아서 보고 또 보게 되는 영화죠.”라고 언급한 감독의 말처럼 음악 또한 반복을 통해 시각적 흐름을 명징화 시킨다. “그의 영화는 자체적으로 다분히 음악적이에요.”라며 감독의 영화스타일에 깊은 동감을 표명한 루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는 여기에 라벨(Maurice Ravel)의 볼레로 풍 교향곡(Bolerish)을 미니멀하게 배치시켰다.

조바꿈을 통해 멜로디를 점점 변주해가는 오스티나토(ostinato)형식의 리듬패턴을 가진 볼레로를 시각적 긴장에 병행해 사용해 시청각적 이미지의 완전한 하모니를 이룸과 동시에 아방가르드적 예술성을 확보한 것. 감각적 유희성과 지적 고풍스러움이 풍겨나는 선율은 물의 이미지를 강조해 꿈과 현실에 다리를 놓은 것처럼 시종일관 영상을 부유한다.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어떤 의식처럼 장엄하게 연출되어 악당들의 죽음의 순간을 희비극적 상황으로 몰아가는데 이 결말부의 음악은 곧 도입부의 주제선율과 수미쌍관으로 이어지며 영화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다.

이러한 모든 작업은 영상을 모니터하면서 즉흥적 건반작업으로 음악을 입힌 후 감독과의 합의를 거쳐 완성되었다. 자신의 영화를 음악적으로 이해할 줄 아는 영화감독과 그러한 드 팔마 감독의 작풍에 찬사를 보내며 자신의 음악을 녹여 낸 명작곡가의 견해가 합일을 이뤄낸 영화.

-트랙-
1. Bolerish
2. Stop or I'll Shoot
3. Rage
4. Double
5. Tragedy
6. Deja Vu
7. Searching for Gun
8. In Cafe
9. Blouse Off Shoulder
10. Out of Water
11. Future
12. Deja Vu Ⅱ
13. Bolerish(Piano Version)
14. Lost Theme(Piano Version)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