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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크 아이즈 (Snake Eyes)
류이치 사카모토(龍一坂本)(Ryuichi Sakamoto)
1998

by 임진모

2001.05.01

주사의 도박의 일종인 ''크랩스''를 할 때 가장 최악의 순간은 두 주사위의 숫자가 모두 1일 경우다. 왜냐하면 1:1은 이길 수 있는 가장 적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1:1이란 배열이 얼핏 뱀의 눈을 닮았다 해서 흔히 ''스네이크 아이즈(Snake eyes)''라 부른다고 한다. 따라서 영화 제목인 ''스네이크 아이즈''란 주인공 니콜라스 케이지가 처한 최악의 상황을 의미하는 일종의 은유인 셈이다.

거의 천문학적인 판돈이 걸린 헤비급 권투 경기장에 울린 한 발의 총성. 국방장관이 암살 당하고 경기를 보러 온 만사천여명의 권투 팬들이 갑자기 용의자, 혹은 공범자, 그리고 목격자 가운데 하나가 된 기막힌 상황의 반전. 완전히 통제된 공간에서 숨막히게 벌어지는 살인범 색출 작전.

이쯤 해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그의 영원한 동반자인 시나리오 작가 데이빗 코엡가 주조해낸 돈독한 파트너십의 결정체임을 알 수 있다. 촬영 감독인 스티브 브룸을 위시해서 <미션 임파서블>까지 이어진 드 팔마의 오랜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지만 단 한사람, 음악을 맡은 작곡가만큼은 드 팔마의 사단에 새로이 합류하는 뉴 페이스(?)다.

<캐리> <드레스 투 킬> <필사의 추적>처럼 우리가 좋아하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전성기 시절에 그와 함께 했던 피노 도나지오라던가, 혹은 <언터쳐블> <전쟁의 사상자들>에서 함께 했던 엔니오 모리꼬네와의 콤비 플레이 대신, <칼리토>의 패트릭 도일,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의 대니 엘프만을 잇는 새로운 작곡가와의 또 한차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한다.

그 이름은 류이치 사카모토. 바로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면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오리엔탈리즘 3부작에 묘한 동양적 상상력을 불어 넣어줬던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다.

클래식 앨범인 <DISCORD>의 홍보 차 우리나라를 다녀가기도 했던 그는 일본의 테크노 팝 밴드인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Yellow Magic Orchestra)의 리더로 명성을 떨쳤고, 데이비드 번과 같은 팝의 이단아들과의 조우로 남다른 음악 세계의 울타리를 쌓아올린 바 있다. 83년 오시마나기사 감독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로 처음 영화음악을 시작해서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을 비롯해, 올리버 스톤, 페드로 알모도바처럼 독특한 자기 세계에 열중하는 거장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사카모토에게는 1994년 <리틀 부다>이후 4년만의 영화음악으로의 귀환이다. 베루톨루치 감독의 <스틸링 뷰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두 사람의 콤비 관계는 마감되었고 이어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손을 잡은 관계로 더욱 이 작업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증폭되었다.

베르톨루치 감독이나 알모도바 감독처럼 이태리, 스페인 출신의 감독과 작업할 때의 그 내밀한 긴장감이나 풍부한 동양적인 시정은 많이 제거했다는 느낌. 그보다는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과 가장 많이 작업했던 작곡가 피노 도나지오의 선율을 접할 때처럼 깊은 여운을 던져주는 인상적인 서구형 선율의 흐름으로 영화에 새로운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사카모토의 영화음악과 함께 메레디스 브룩스의 ''Sin city''와 라키샤 베리의 ''The freaky things'' 두 곡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Like This And Like That>이라는 앨범으로 찬사를 받은 R&B 여가수 라키샤 베리야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메레디스 브룩스는 데뷔 앨범 <Blurring The Edges>에 담긴 첫 싱글 ''Bitch''로 그 존재를 확실하게 인지시킨 바 있어 아무래도 ''Sun city''에 좀더 귀가 쏠린다.

베르톨루치의 오리엔탈리즘에서 탈골해 새 패턴으로 봉합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스코어에 영화음악에 첫 발을 내디딘 메레디스 브룩스의 참여로 빛나는 사운드트랙이다. 음악만큼은 스네이크 아이에 빠질 염려는 없다.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