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 프랑스 올림픽을 배경으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편견과 좌절의 극복 그리고 신념을 관철시키는 인간의 집념과 도전을 감동적으로 그린 스포츠 휴먼 드라마. 대표적인 기록영화 감독 휴 허드슨(Hugh Hudson)의 극영화 데뷔작으로 실화를 바탕으로 경쟁을 통한 승리의 기쁨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느린 동작으로 잡은 선수들의 달리는 모습은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의 전매특허가 됐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뚜껑을 여는 상징적인 오프닝은 긴긴 세월이 지난 후에도 영화 팬들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해변을 달리는 불굴의 전차군단이 주는 희망적인 젊은 패기와 이를 감싸는 테크노적인 전자음향과 영롱한 피아노 선율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러한 타이틀 테마음악은 영원히 영화와 함께 역사가 되었다.
그리하여 1981년 제54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영화와 음악이 동반우승, 작품상과 음악상(오리지널 스코어)을 따냈다. 이 음악의 금메달리스트가 바로 인간의 심연, 자연의 초월적 영속성과 대화할 줄 아는, 그리스 에게해에서 건너온 작곡가 반젤리스(Vangelis)였다. 그는 이미 6세 때부터 피아노 연주의 신동으로 주목받을 만큼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보유했고 1960년대 후반 자국의 불안한 정국에서 탈출한 이후 파리에 정착해 전자악기를 통한 사운드의 확장에 주력했다.
그러던 중 그는 이집트 태생의 음악가 데미스 루소스와 루카스 시데라스와 의기투합, 국내에서도 압도적 인기를 누렸던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를 결성해 본격적인 대중음악활동에 첫 걸음을 내디뎠다.
이들은 ''Rain and tears'', ''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등 걸출한 히트곡들을 남기며 1973년 해체를 선언했고, 솔로에 나선 반젤리스는 같은 해 <동물의 묵시록>의 음악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영화음악가의 대열에 올랐다. 엄밀히 보자면 1970년 B급 성인에로영화 <Sex Power>로 첫발을 내딛긴 했지만.
1970년대 중반 영국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예스(Yes)의 싱어로 잘 알려져 있는 존 앤더슨(John Anderson)과 환상의 결정체를 이루며 <The friends of cairo>를 포함한 4장의 앨범을 발표해 ''완벽한 조화의 만남''이라는 호평을 받기도 한 반젤리스는 마침내 1981년도 영화 <불의 전차>의 스코어로 아카데미를 정복, 영화음악 작곡가로서도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상업성에 반감을 가지게 된 그는 이후 <실종>(The Missing),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비터문>(Bitter Moon) 등에서 영화음악세계를 펼쳐나갔다. 특히 <블레이드 러너>는 컬트로 군림하게된 영화와 함께 음악도 골수 팬을 낳아 ''컬트 묵시록''으로 남아있다.
사실 1920년대 영국과 프랑스 올림픽 경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 반젤리스의 ''일렉트로닉'' 스코어를 삽입한다는 게 처음에는 아무래도 이상해 보였다. 하지만 리듬 박스와 멜로딕한 주 선율을 능숙하게 처리한 신서사이저의 울림으로 그의 타이틀 테마는 1980년대 초반 가장 인기 있는 연주음악이 되었다. 이 테마와 함께 오프닝에 펼쳐진 해변을 달리는 선수들의 역동적인 명 장면은 이후 수많은 아류(?)들의 오마쥬(homage)가 되기도 했다.
이외의 사운드트랙은 밀물과 썰물처럼 교차 반복되는 날카로우면서도 탁한 신시사이저 음향이 선율 감을 지닌 명상조의 클래식과 부드러운 재즈가 혼합된 것이었다. 그래서 캐릭터 테마인 3, 4번 트랙은 영상에서 두 주인공들의 긴장감과 고뇌에 쌓인 내면적 분위기를 전달하는데는 어느 정도 부합하지만 스포츠 영화 특유의 박동을 잃고 너무 연약한 감상주의로 흘러버린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특히 5번째 트랙인 ''100 Metres''는 해롤드의 100m와 에릭의 400m 결승장면에서 느린 화면으로 잡은 동작과 승리의 순간을 교차 편집함에 있어 역동성과 환희의 기쁨을 표현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올림픽 메달획득 순간 항상 울려 퍼지는 엘가의 ''Pomp and circumstance''의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처리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하자는 없다. 1970년대이래 각본에 의한 의도적 연출미학이 강조되는 분야(발레나 무용음악 등)에서 활동해왔던 자신의 재능을 활짝 피워낸, 동적이면서도 끈끈함을 영상에 흘려놓은 테마음악은 영화의 상징적 영상과 함께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