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Love
비틀스(The Beatles)
2006

by 임진모

2006.12.01

비틀스는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그룹일 것이다. 2000년, 1위곡들만을 모아놓은 앨범 <1>에 의해 신세대 수요자가 창출된 것처럼 이번에 내놓은 27번째 앨범 < Love > 앨범도 새로운 수요자를 만들어 낼 것 같다.

이번 앨범의 기획 포인트는 아마도 그들의 1969년 앨범 < Abbey Road >에 있는 것 같다. 한 편의 '팝 오페라'라고 할 그 앨범처럼 전체를 오페라 식으로 새롭게 믹싱했다. 이 곡에 있는 드럼 솔로를 저 곡에, 저 곡에 있는 기타 솔로를 다른 곡에 붙이면서 완전히 새로운 곡을 탄생시켰다.

일례로 'Lady Madonna'에는 'Hey bulldog'가 마치 솔로처럼 들어가 있고 중간에 'I want you(She's so heavy)'의 빌리 프레스톤 오르간, 'While my guitar gently weeps'의 에릭 클랩튼 기타 솔로 부분을 뽑아내 원곡과 신곡의 맛이 공존하도록 했다. 'Strawberry fields forever'도 기존 노래 외에 앞부분에서는 데모 곡의 보컬을 살렸고 유명한 링고 스타의 드럼 파트 뒤에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Penny lane' 'Piggies' 'Hello goodbye' 등의 부분 부분들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연결해 붙여놓았다.

비틀스의 기존 곡들을 부분적으로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해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폴 매카트니는 '매우 특별한 프로젝트 앨범'이라고 말했다. '비틀스의 부활' '새 옷을 입은 비틀스 사운드'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치 않다.

이번 앨범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는 서커스공연인 <태양의 서커스> 배경음악으로 쓰이긴 했지만, 그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내지 않고, 비틀스의 정규음반으로 낸 것은 역시 비틀스답다. 언제나 비틀스 음악은 오로지 비틀스 앨범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다. 컴필레이션 앨범에도 없고 영화 사운드트랙에도, 광고음악에도 비틀스가 부른 비틀스 노래는 들어 있지 않다.

<태양의 서커스> 사운드 트랙으로 비틀스 음원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네 명의 저작권자(폴 매카트니. 링고 스타. 오노 요코. 올리비아 해리슨)가 동의가 전제된다. 공연장에 네 사람이 같이 나와 연출한 흐뭇한 커트들은 비틀스 팬에게는 감동의 장면이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비틀스 팬에게 '보물찾기'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이다. 이 곡의 어떤 부분이 다른 곡에 어떻게 믹싱됐는지 파악해가는 재미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신세대들은 마치 신곡을 듣는 듯한 느낌을 가질 것 같다.

다른 가수는 히트 곡을 모아 '베스트'나 '그레이티스트' 형식의 앨범으로 내는데 비틀스는 지난 번 < Let It Be >가 그랬던 것처럼 보유 음원을 갖고 새롭게 실험하는 자세를 늘 유지한다. 그래서 비틀스의 음악은 전설의 박제를 거부하며 지금의 시제를 놓치지 않는 현재진행형이다. 뭔가 다른 접근법으로 기존 혹은 새 수요자와 만나려 한다. '불사, 불패, 불후'의 그룹이라는 찬사가 괜한 것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제5의 비틀'이라 불린 비틀스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George Martin)경 그리고 그의 아들 자일스(Giles)의 편곡과 각색 덕분이다. 조지 해리슨의 데모 보컬에다 자신의 클래시컬한 스코어를 입혀 질감을 완전히 둔갑시킨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하나가 웅변하듯 조지 마틴의 능력을 또 한번 과시한 앨범이기도 하다.

물론 기술적 과잉 대입이 원곡의 감동을 방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는 이런 시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응수한다. “우리도 당시 소음과 잡음이 없는 좋은 녹음장비로 작업을 했다. 하지만 요즘 수준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번 앨범으로 완벽하게 깨끗한, 잡음 하나 없는 기타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그렇기에 위대한 처칠이나 톨스토이의 글을 담은 원문은 박물관에서 세월이 지날수록 변색되고 낡게 되지만, 비틀스의 것은 갈수록 빛나고, 새로워지고, 깨끗해진다. 이것은 마법이다.”(폴) “우리가 남긴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과 연결되는 음악이다. 마치 오늘의 것처럼 들린다.”(링고)

-수록곡-
1. Because
2. Get Back
3. Glass Onion
4. Eleanor Rigby/Julia
5. I Am the Walrus
6. I Want to Hold Your Hand
7. Drive My Car/The Word/What You're Doing
8. Gnik Nus
9. Something/Blue Jay Way*
10. Being for the Benefit of Mr. Kite!/I Want You (She's So Heavy)/Helter Skelter
11. Help!
12. Blackbird/Yesterday
13. Strawberry Fields Forever
14. Within You Without You*/Tomorrow Never Knows
15.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16. Octopus's Garden**
17. Lady Madonna
18. Here Comes the Sun*/The Inner Light
19. Come Together/Dear Prudence/Cry Baby Cry
20. Revolution
21. Back in the U.S.S.R.
22. While My Guitar Gently Weeps*
23. A Day in the Life
24. Hey Jude
25.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Reprise)
26. All You Need Is Love
프로듀서 조지 마틴, 자일스 마틴
All songs written by Lennon & McCartney except * by Harrison, ** by Starkey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