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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놓치다
김연우
2006

by 조이슬

2006.01.01

한결같이 슬픈 노래들만을 불러서 '이별 노래 전문 가수'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그와 '이별'과의 인연은 아마 데뷔 때부터인 듯 하다. 1995년, 본명인 '김학철'이라는 이름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며 제7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을 때의 노래제목도 '다가오는 이별'이었으니.

이후, 토이의 객원보컬로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 선생님'으로서 가요계에 몸담은 지도 벌써 11년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솔로앨범은 2장뿐이지만 그동안 틈틈이 영화 OST로, 드라마 음악으로, 다른 뮤지션 앨범의 피처링으로 팬들을 달래며 끊임없이 노래를 불러왔다.

그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한, 송 라이팅 능력을 갖춘 실력자임에도 불구하고 노래에만 충실하기 위함일까.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하기보다 다른 뮤지션들을 불러들여 멜로디와 가사를 맡기며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영화 < 사랑을 놓치다 >의 OST(보다 정확히 말해 김연우의 3집 앨범에서 선별한 곡들이 영화에 쓰인 것이지만)이자 김연우의 3집 앨범도 역시 화려한 뮤지션들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알려진 대로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엔지니어이자 토이 1집의 멤버로 활동한 바 있는 윤정오가 믹싱은 물론이고, 앨범의 전체방향을 전두 지휘하고 있으며 윤종신, 루시드 폴, 조규만, 이루마, 정지찬 등의 이름이 수록곡의 음악성을 가늠하게 한다.

< 사랑을 놓치다... >는 전작에 비해 확실히 편해졌다. 영화의 주제곡이자 앨범의 타이틀곡인 '사랑한다는 흔한 말'에서만이 예전에 힘차게 솟구치는 보컬을 잠시 들려주고 있을 뿐이다. 불필요한 힘을 빼고 대신 보컬의 완급을 능란하게 조절하는 '완숙미'를 보여주는 그의 보컬은 'memoir'에서 다 드러난다.

스티비 원더의 'Lately'를 연상하게 하는 섬세한 재즈풍 발라드의 이 곡은 그야말로 곡 중심에 자신이 서서 마음대로 음의 유희를 즐기고 있다.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나봐요', '흐려진 편지 속엔...',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에서 보여주는 물 흐르듯 흘러가는 '편안한' 보컬도 마찬가지이다.

"제겐 통곡이나 '소몰이 창법'같은 울부짖음은 없어요. 그 대신 맑은 목소리와 정확한 발음으로 가슴을 후비죠." (동아일보 인터뷰 중)
그런 것 같다. 루시드 폴이 선사한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윤종신의 손을 거친 '청소하던 날', 조규만의 작곡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랑한다는 흔한 말'에서와 같이 작곡자들의 색깔이 확연히 나타나는 곡들을 부르지만, 앨범의 일정한 방향성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것도 역시 그의 보컬이 절대중심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꺾고 내지르고 떨어야 하는 기교만이 좋은 보컬이 아님을 그는 여기에서 증명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곡은 김연우가 직접 작곡한 '잊혀지지 않는 그대 이름'. 물론, 전작에서도 유희열과 함께 앨범 끝자락에 위치한 두 곡을 작곡하긴 했지만 좀처럼 곡을 쓰는 일에는 욕심을 내지 않는 그이기에 더욱 반가운 트랙이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곡은 유희열과 윤정오의 편곡으로 '토이 감성'을 진하게 그려내고 있고, 앞서 말한 힘을 뺀 편안한 보컬은 담백한 음들과 어울려 더욱 돋보이고 있다.

사실, < 사랑을 놓치다... >가 사운드를 풀어내는 방법에 있어서 새로울 것은 없다. 여린 감수성을 마구 자극하는 빈틈없는 편곡과 직선적이고 솔직한 가사, 감각적인 멜로디도 한 치에 틀림도 없이 그대로다. 하지만 '슬픈 노래'를 만드는 이 불문율의 공식은 결국 대중의 보편적 감성을 대변하는 결과물이며 실연의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무하는 훌륭한 정공법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도 사랑의 아픔을 겪은 이들에게는 여전히 변함없는 안식처를 제공해 줄 것이다.

-수록곡-
1.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작사, 작곡 : Lucid Fall)
2. 흐려진 편지속엔... (이루마)
3. 사랑한다는 흔한 말 (이승민, 조규만)
4. 네가 없어도 (이윤경, 3rd planet)
5. 청소하던 날 (윤종신)
6. memoir (김누리아, 윤병주)
7. 널 차라리 몰랐다면 (이승민, 김혁경)
8.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나봐요 (박지만)
9. 잊혀지지 않는 그대 이름 (여신구, 김연우)
10.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최성원)
11.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걸 (유희열)

프로듀서: 정동인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