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Angel of Retribution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
2005

by 배순탁

2005.05.01

헤비 메탈 팬들에게 주다스 프리스트라는 이름은 어릴 적 불주사 자국처럼 결코 지워지지 않을 영원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발표했던 방대한 디스코그래피만 봐도 그들이 걸어왔던 위대한 경력은 단적으로 증명된다. 그들은 헤비 메탈 사운드를 창시했고 그것을 융성하게 했으며 이를 통해 메탈 신 전체를 두루 훑고 리드했다. 차갑게 내뱉는 금속성의 보컬과 예리한 트윈 기타 시스템을 통해 헤비 메탈의 원형(原形)을 제시했고 이는 결국 수많은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어 불멸의 생명력을 누리고 있다.

자연스레 주다스 프리스트의 음악적 영토는 단순히 NWOBHM(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룹의 영역은 스래시 메탈과 데스 메탈은 물론이고 멜로딕 메탈을 넘어 블랙 메탈에까지 뻗어있다. 그들이 일궈낸 그 거대한 음악적 우산은 머시풀 페이트(Mercyful Fate), 앙그라(Angra), 오버킬(Overkill), 감마 레이(Gamma Ray), 테스타먼트(Testament), 크리에이터(Kreator)등, 메탈 계의 중견 그룹들이 대거 참여한 헌정 앨범 < A Tribute To Judas Priest >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헤비 메탈의 암흑기인 1990년대를 지나 귀환한 주다스 프리스트의 이번 새 음반이 반가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90년에 발표한 < Painkiller > 이후 밴드를 떠났던 간판 보컬리스트 롭 헬포드가 복귀해 14년 만에 강철 보이스를 들려주는 흥분의 컴백작이기 때문이다. 사실 새내기 보컬리스트 팀 '리퍼' 오웬스를 맞이해 발표한 1997년과 2001년의 앨범 두 장은 완성도 면은 차치하고 나서라도 팬이라면 누구나 롭 헬포드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을 만큼 그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롭 헬포드가 돌아온 데서알 수 있듯, 음반은 헤비 메탈이 지닌 모든 양식 미학을 다시 한번 폭발시키며 충성스러운 열혈 헤드 뱅어들에게 '일동 집합!' 구호를 힘차게 외친다. 세월의 흐름을 반영하듯 더욱더 세심히 연구된 긴장감 넘치는 구성과 살벌할 정도로 예각(銳角)화된 기타 프레이즈, 메탈 보컬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롭 핼포드의 목소리 등, 후배들의 본보기가 되었던 모든 요소들이 부활해 전성기의 재림(再臨)을 알린다.

제목 그대로 웅장하게 비상하는 오프닝 트랙 'Judas Rising', 풀 기어로 질주하는 트윈 기타의 파괴력을 새삼 느끼게 하는 'Deal With The Devil', 코어적 성분으로 똘똘 뭉친 'Revolution' 등, 초반부만 들어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이 정도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충격파를 던졌던 < Painkiller> 못 지 않은 수준이다.

화끈한 화력 시범은 계속된다. 무게감 있게 전진하는 미드 템포 넘버 'Worth Fighting For', 강력한 투 베이스 드럼을 통해 좁디 좁은 음의 여울목 사이로 레프팅을 즐기는 듯 짜릿함을 전해주는 'Demonizer', 정교하게 다듬어진 전형적인 헤비 메탈 곡 'Wheels of Fire' 등이 말해준다.

이번 작품의 특기 사항은롭 헬포드 시절에는 좀체 들을 수 없었던 발라드를 두 곡씩이나 수록했다는 점. 잘 알려져 있다시피, 주다스 프리스트는 원래 슬로 템포를 잘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룹이지만 전작 < Demolition >에서 들려주었던 발라드 트랙을 이번에도 실었다. 그러나 신보에 커트된 'Angel'과 'Eulogy'는 롭 헬포드의 목소리로 발라드를 감상할 수 있다는 신선함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이를 두고 가타부타 말이 많겠지만 기운 빠진 그룹의 넋두리라기보다는 여유가 생긴 베테랑의 숨 고르기 정도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4년 만에 쏘아 올린 헤비 메탈의전설 주다스 프리스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룹은 젊고 재능 있는 후배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긴 세월 동안 다져 온 노련미로 버티며 자신들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온 몸으로 확증한다. 물론 과거와 같은 메가톤급 폭풍우를 동반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귀환은 머나먼 지층 속으로 파묻힌 헤비 메탈의 현재에 한줄기 서광을 비춰줄 빅 뉴스임에는 분명하다.

이제 주다스 프리스트는 앞만 보고 질주하던 전성기처럼 1-2년마다 의무적으로 음반을 생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싹 지워버렸다. 스스로를 구속하는 강박 속에선 창작 활동이 어렵다는 점도 절실히 체험했다. 마음 편하게 음악을 하려는 노장 밴드의 지금 현재가 아름다워 보이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은 이제 팬들의 몫일것이다.

-수록곡-
1. Judas Rising
2. Deal With The Devil
3. Revolution
4. Worth Fighting For
5. Demonizer
6. Wheels Of Fire
7. Angel
8. Hellrider
9. Eulogy
10. Lochness
배순탁(greattak@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