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의 시작과 함께 큐어는 원치 않던 고딕 씬에 포함되었고 이는 내부분열로 이어졌다. 이후 로버트 스미스는 거의 혼자만의 작업으로 앨범들을 발표했지만 한계를 느낀 듯 했다. 결국 밴드라는 형태의 자궁 속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새 출발을 기념하는 싱글 모음집을 내놓은 후 밴드는 서서히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멤버들은 이에 고무되어 엄청난 분량의 작곡을 했다. 그 결과 이 앨범은 더블 앨범임과 동시에 큐어판 <Physical Graffiti>라고 불릴 정도의 다양한 측면을 소화해낸다. 또한 로버트 스미스 혼자만의 작곡이 아닌 밴드 공동의 작업으로 자칫 산만해지기 쉬운 다양함에 무게중심을 부여했다.

이 앨범에는 웅장하게 서두를 장식하는 'Kiss', 단정하고 부드러운 발라드 'Catch', 절규하는 스미스의 보컬이 돋보이는 'Torture', 이국적인 느낌의 기타 선율이 주도하는 'If only tonight we could sleep', 흥겨운 리듬 위에서 뛰노는 'Why can't I be you?', 깔끔한 기타 팝 사운드의 모범답안인'Just like heaven', 펑키(funky)함의 매력으로 가득 찬 'Hot hot hot!!!'날카로운 기타 톤을 앞세운 'All I want'등이 파노라마적인 구성을 바탕에 두고 다채롭고 통일된 모습으로 청자들에게 펼쳐진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후속작인 <Disintegration>(1989), <Wish>(1992)와 함께 이들의 전성기 시절을 대표하는 앨범이 되었다. 대영제국의 카테고리를 벗어나 밴드에게 전 세계적인 밴드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준 기초공사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처럼 많은 음악 소스들을 일관되게 펼쳐낼 능력을 소유한 이들은 확실히 얼마 되지 않는다.

-수록곡-

1. The Kiss

2. Catch

3. Torture

4. If Only Tonight We Could Sleep

5. Why Can't I Be You

6. How Beautiful You Are

7. The Snake Pit

8. Just Like Heaven

9. All I Want

10. Hot Hot Hot!!!

11. One More Time

12. Like Cockatoos

13. Icing Sugar

14. The Perfect Girl

15. A Thousand Hours

16. Shiver and Shake

17. F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