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헨드릭스는 나중 같은 시애틀 출신의 커트 코베인이 그랬듯, 경천동지의 충격으로 데뷔했다. 1967년에 발표한 < Are you experienced > 앨범은 일렉트릭 기타의 무한 세계를 입증했다. 그가 등장한 이후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블루스 기타의 혁명아' 그리고 '광기의 흑인 록 기타 쟁이(Crazy Black Rock Guitar Stud)'는 순식간에 붙여진 그의 별명이었다. 해를 넘겨 선보인 두 번째 앨범 < Axis: Bold As Love >은 그 위상에 대한 굳히기였다.
1968년 여름 무렵 그는 마침내 대망의 아티스트 자주권을 획득한다. 레코드사와 매니지먼트의 지시를 받지 않고,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가 하고픈 대로 하는 음악가의 자유와 지배권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신곡 독집으로 생애 마지막 앨범이 되는 < Electric Ladyland >는 바로 이 점에서 각별하다.
베이스 노엘 레딩, 드럼 미치 미첼과 엮은 3인조 밴드 지미 헨드릭스 익스피리언스(Jimi Hendrix Experience)는 'Hey Joe', 'Foxey lady', 'Purple haze'가 수록된 상기한 < Are You Experienced >로 사이키델릭 시대의 사회성을 충분히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생전의 지미 헨드릭스는 늘 배고팠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음악적으로 기술적으로 록 기타 음악의 더 높은 지평에 오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미 헨드릭스 필생의 목표였다. '일렉트릭 블루스'의 무력시위를 넘어서는 예술적 터치를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 Electric Ladyland >를 만들 즈음에 그는 머리 속에 두 가지를 구상하고 있었다. 하나는 음반 감상자가 기술적으로 녹음된 것이 아닌 현장 그대로의 느낌을 받는, 즉 라이브의 현장감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사운드 효과의 신세계를 펼쳐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통상적인 녹음방식의 탈피 혹은 거부! 음악가의 존재 이유는 언제나 '시도와 실험'의 강공 드라이브다.
후자의 '사운드 효과'란 사이키델릭의 이펙트를 전제해, 음반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일반적인 느낌이 아닌 마치 수중(underwater)에 위치한 듯한 환상적인 사운드를 제공하려 했음을 가리킨다. 슬라이드를 비롯한 각종 주법을 활용해 점증하는 소리(phasing sound)를 내서 청취자가 물속에서 듣는 것처럼 하려는 방식이다. 약동하는 청춘의 분노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서 기타 록 사운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하고자 한 것이었다.
앨범 내 본인의 친필 곡 소개에서 굳이 '지미 헨드릭스가 프로듀스하고 감독했다(Directed and Produced By Jimi Hendrix)'라며 잘 쓰지 않는 '디렉트'란 어휘를 쓴 것은 이에 대한 증명이다. 다시 말해서 음반을 프로듀스하기 보다는 마치 영상(수중 사운드)을 염두하고 영화를 감독하는 듯한 태도로 이 앨범을 만든 것이다.
'Have you ever been (to Electric Ladyland)'와 'Little Miss strange' 'Long hot summer' 그리고 마치 한 곡으로 연결된 것 같은 'Rainy day, dream away', '1983...(A merman I should turn to be)', 'Moon, turn the tides...gently gently away' 등 사이드3의 수록곡들(이 앨범은 LP 두장짜리였다)은 이러한 시도가 잉태한 정점들이다. 싱글로 발표했어도 무방할 듯 잘 들리는 'Burning of the midnight lamp'는 이 부분의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전체적으로 수중 사운드를 취하고 있지만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거칠고 날카로운 원형의 델타 블루스 곡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 킹(Earl King)의 것을 리메이크한 'Come on'이나 'Gypsy eyes'가 여기에 속한다. 이쪽의 빛나는 결과물은 단연 10분이 넘는 러닝타임의 'Voodoo chile'로, 지미 헨드릭스가 여기서 원한 게 바로 라이브적 필이었다. 이 곡은 스티비 윈우드가 오르간을 연주하고,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잭 캐서디가 베이스 연주로 참여하고 있는데, 가능한 한 더빙을 피하고 한두 번에 라이브로 연주해 녹음하는 방식을 취했다.
음반의 엔지니어였던 에디 크래머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실제로가 라이브였다. 지미와 나는 듣는 사람들이 스튜디오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실감할 수 있도록 녹음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지미 헨드릭스는 스튜디오(뉴욕의 '레코드 플랜트')에서 진을 빼는 종일의 세션 외에 시간이 날 때마다, 스튜디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신(Scene)이라는 클럽을 들락날락하며 연주자들과 줄기차체 잼을 했다. 라이브의 감을 유지해 음반으로 재현하려는 의도였던 셈. 그리하여 'Voodoo chile'(마지막 Voodoo chile, slight return은 이 15분짜리의 5분 버전이다)에 스티비 윈우드, 잭 캐서디가 음반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싱글차트 20위에 오른 곡 'All along the watchtower'는 기념비적인 성취다. 원래 밥 딜런(Bob Dylan)의 포크송을 재해석한 것으로 지미 특유의 일렉트릭 기타 록은 거의 '둔갑' 수준이다. 여기서 묘한 톤의 슬라이드에서 갑자기 탁구공 오가는 듯한 와와(크라이 베이비) 페달 이펙트로 바뀌고 다시 낭랑한 컨트리 필 기타로 전환하는 기타연주 흐름은 마치 혼을 빼듯 절정의 매력을 선사한다. 얼마나 기개 넘치는 리메이크였으면 나중 밥 딜런이 공연장에서 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마치 내가 지미 헨드릭스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기분이 든다.”고 털어놓았을까.
이 곡의 성공뿐 아니라 < Electric Ladyland >는 지미 헨드릭스의 앨범 중 처음으로 인기차트 정상을 밟았다. 주지하다시피 그는 다음번 기획인 역시 두장짜리 LP < First Rays Of New Rising Sun >을 끝내지 못한 채 1970년 9월, 스물일곱의 창창한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비록 음악적 비전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 앨범의 음악적 완성도 그리고 실험적 광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지미 헨드릭스 음악의 결정판이다.
-수록곡-
1. ...And the gods made love
2. Have you ever been (to Electric Ladyland)
3. Crosstown traffic
4. Voodoo chile
5. Little Miss strange *Noel Redding 곡
6. Long hot summer night
7. Come on (Let the good times roll) * Earl King 곡
8. Gypsy eyes
9. Burning of the midnight lamp
10. Rainy day, dream away
11. 1983... (A merman I should turn to be)
12. Moon, turn the tides...gently gently away
13. Still raining, still dreaming
14. House burning down
15. All along the watchtower *Bob Dylan 곡
16. Voodoo child (Slight return)
*제외 전곡 작사 작곡 지미 헨드릭스, 프로듀서 지미 헨드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