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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 The 2nd Mini Album
라이즈(RIIZE)
2026

by 박시훈

2026.06.30

힘차게 포문을 여는 ‘Soar’가 선포하듯 미지의 영역을 향한 라이즈의 도약 의지가 선명하다. 기타와 베이스 등 여러 악기를 오브제 삼아 잃어버린 보이 밴드의 대중성을 회복한 이들이지만, 총기 어린 레트로 질감만을 바라는 것도 이제는 막연한 바람일 테다. ‘Siren’의 붐뱁 비트나 ‘Fame’ 속 레이지 사운드와 같이 꾸준히 축적해 왔던 힙합의 양분이 그룹의 변화에 밑거름이 된 덕분이다. 당돌한 시제 선택과 민첩한 적응력을 통해 SM식 프로듀싱의 외연을 확장한 셈. 이는 그러나 비상의 고도를 스스로 제한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본래 스타일이 확고했기에 달리진 비트 초이스만으로는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Y2K에서 2010년대로 참고 범위를 늘려가는 K팝 신에서 그 당시 해외 클럽 사운드를 활용한 점은 어색하지 않지만, 퍼포먼스에 치중한 접근은 별개의 문제다. 초반부터 속도를 올리는 래핑, 이와는 반대로 한 단어씩 잘게 끊는 후렴구에 이어 댄스 브레이크까지 삽입한 ‘Do your dance’는 결국 무대라는 전제 조건을 요구한다. 각종 페스티벌을 누비는 그룹에게 알맞아 보이는 편곡이겠으나, ‘Impossible’이나 ‘잉걸’처럼 음악으로도 자립했던 곡들에 비하면 이번 설계는 느슨한 감이 있다.  


감각적인 워블 베이스 위로 미성과 랩의 균형을 살린 ‘D-d-done’이 타이틀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는 한편, 남은 수록곡은 여전히 < Odyssey >에서 드러났던 딜레마를 반복한다. 악기 편성과 전개 방식 등 많은 부분에서 엔시티 127의 인상을 다시금 불러들이는 ‘Overdrive’와 함께 디스코그래피 중 어느 시점에 놓여도 이질감이 없을 ‘Like a bomb’은 이번 EP가 사실상 커리어의 안정적인 연장에 집중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Do your dance’와 소속사의 검증된 공식을 따르는 트랙 사이에서 묘한 간극이 발생한 것. 그 결과 음반은 라이즈의 주체성보다 SM의 흔들림 없는 연속성을 재차 증명할 뿐이다. 


돌아보면 시작부터 당찼던 팀의 날갯짓은 SM의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발판 삼으면서도 그 전형성을 탈피한 데서 기인했다. 복잡한 세계관을 대신한 대중 친화적인 소재였든 각각의 또렷한 음색이었든지 간에, 바탕에는 그룹의 고유한 언어가 자리했던 것이다. 라이즈의 구현 역량이 장르를 타지 않는다는 걸 알리는 신보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을 갈림길 앞에 서게 만든다. 계보로부터 얻어온 추진력 없이 엄연한 독립체로서 날아오를 수 있을까? 거대한 시스템 안에 속해 있더라도 독자적인 질서를 정립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도달하고자 한다면 머지않아 답해야 할 질문이다.


-수록곡-

1. Soar [추천]

2. Do your dance

3. D-d-done [추천]

4. Overdrive

5. Like a bomb

6. In a loop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