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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yssey
라이즈(RIIZE)
2025

by 한성현

2025.06.13

아마 ‘잉걸’이 타이틀이었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을 것이다. 비장한 가사와 동방신기의 ‘Rising sun’을 닮은 멜로디, 그야말로 H.O.T.부터 시작해 에스파까지 이어진 SM엔터테인먼트 표 ‘SMP’ 작법이니 말이다. 마냥 정통성 탐구에 함몰되는 곡은 아니다. 불필요한 고음으로 치장하는 대신 마니악하지 않은 멜로디와 브레이크비트를 잘 엮었으며 가사도 거창한 사회 비판이 아닌 모험심을 다룬다. 시대에 맞춘 적절한 재해석이다.

그렇지만 ‘Fly up’을 타이틀곡으로 낙점했으니 이는 라이즈의 정체성 강조를 우선시하겠다는 결심이다. ‘Get a guitar’, ‘Talk saxy’, ‘Boom boom bass’ 등 악기를 주요 소재로 꺼내들며 투박하게 굳어진 남성 아이돌 판도를 뒤집은 팀 아닌가. 로큰롤 리듬과 밝은 표정의 합창 뒤에는 순한 맛 보이그룹의 틈바구니에서 특수한 브랜드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하겠다는 야심이 있다. 노래 자체의 힘은 상대적으로 약할지언정 상호 영역 침범의 탈피라는 목표 달성만은 성공적이다.

음반은 정확히 중간에서 나뉜다. ‘Impossible’의 하우스 비트를 신비롭게 다듬은 오프너 ‘Odyssey’가 이끄는 전반부가 2010년대 중반 이후 SM의 음악 프레젠테이션이라면 멤버 앤톤의 아버지 윤상이 만든 인터루드 ‘Passage’부터는 더 먼 과거의 향수로 채운 박물관이다. 소프트 알앤비 ‘모든 하루의 끝’에는 동방신기의 애틋함이, ‘Inside my love’에는 샤이니의 촉촉한 감성이 담겨 있다. 세대를 막론한 충성심을 모으기 위해 SM이 직접 제공하는 ‘핑크 블러드’ 수혈 패키지다.

착실한 유산 계승은 곧 갈등 지점이기도 하다. 역사의 집대성과 독자성이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딜레마의 중심에 ‘Bag bad back’이 존재한다. 단단한 사운드 질감과 각기 다른 음색을 싹 묶은 보컬 처리 모두 우수하나 결국 마지막에 남는 인상은 엔시티 127의 그림자다. 모범 답안을 살핀 꼼꼼한 학습에 되레 활동 반경이 누군가의 ‘후계자’ 자리에 갇히는 것이다. ‘잉걸’과 ‘Fly up’에서 보여준 라이즈의 주인의식에도 불구하고 음반은 이처럼 종종 SM타운 컴필레이션의 일부처럼 들리고 만다.

오디세이아는 본래 영웅 오디세우스가 산전수전 끝에 집으로 돌아오는 서사시다. 아무리 정겹다 한들 고향도 멀어져 봐야 그리워지는 법. < Odyssey >에 깃든 온갖 노하우의 총집결은 라이즈가 SM엔터테인먼트의 적장자 포지션임을 알리나 여태 떠나온 길이 멀지 않기에 ‘귀향’의 의미까지 품기에는 시제가 너무 앞서있다. 왕국 차원의 든든한 지원 혹은 과보호, 그 사이에서 본격적인 출항을 주저하는 앨범이다.

-수록곡-
1. Odyssey [추천]
2. Bag bad back
3. 잉걸 (Ember to solar) [추천]
4. Fly up [추천]
5. Show me love
6. Passage
7. Midnight mirage
8. 모든 하루의 끝 (The end of the day)
9. Inside my love
10. Another life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