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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ntessence
태양
2026

by 손민현

2026.06.28

무채색이었던 이전 작업물을 고려하면 이번에 도출된 원색 결과물은 담대하고 도전적인 변화다. 새까만 흑점을 조각한 < Solar >, 회색 개기일식 형상의 < Rise >, 새하얀 백야를 그린 < White Night > 모두 태양의 역량 활용과 히트곡을 담는 안전한 그릇 만들기에만 집중했다. 그만큼 진정한 색깔 찾기에는 무심했고 어쩌면 그 필요성에도 무감각했을 수 있다. 그는 이미 전설적인 K팝 그룹의 중심이자 많은 유행가를 뽑아낸 대중가수였고, 알앤비 보컬리스트로서도 거대한 존재감을 지녔던 탓이다. 정규 4집 < Quintessence >는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태양의 정수를 찾는다는 표제부터 묵직한 연구다.


어려운 과제를 발의한 더블랙레이블의 작곡진이 먼저 큰 방향을 정했다. 빠른 속도의 비트 위에 노래와 랩을 균등히 배열한다. 오랜만에 복귀한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실패할 가능성이 낮은 방정식을 택한 것이다. 약간은 절제된 ‘Bad’가 전력 질주하는 ‘Live fast die slow’로 이어지는 첫 입력이 일단 안정적이다. 멜로디와 랩 파트의 넘나듦이 우수하고 말미의 비트 체인지나 신시사이저 연주도 기대감을 충분히 끌어올린다. 타이틀에서 브릿지 구성 등 일부는 안일하게 꾸며졌지만 이정도면 지금 기준에 맞춰 태양의 매력을 나름대로 살린 오프닝이다.


속도를 조정하거나 여러 음향 효과를 실험한 이후 파트는 다소 작위적이고 급박하다. ‘Would you’ 속 올데이프로젝트 멤버들은 신선한 맛을 더하지 못하고 딱 자기 영역만 맡은 랩이 선배의 후렴과 어울리지 않는다. ‘Movie’에서 의도한 먹먹한 목소리 효과는 차라리 어지러운 전자음으로 꾸민 ‘Open up’에 들어가야 했다. 전체적으로 연결과 접합에 오류가 발생하는 와중에 앨범 참여 의미를 논리적으로 증명해야 했을 외부 조력자 더 키드 라로이는 짧은 마무리만 무책임하게 맡았다. 강한 반주와 가창의 긍정적인 대비를 의도했다면 후반부 ‘Now’가 더 정돈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물론 이해는 간다. 전반부는 K팝 왕궁에서 나고 자라난 그가 해야만 하는 일에 가깝다. 의무를 마친 뒤 알앤비 보컬리스트 폴 블랑코가 키를 잡은 중반은 < Quintessence >에서 가장 순도 높은 구간이다. 다른 영역에서 온 그는 덜어내기와 공간 분리로 20년 전 한국 알앤비를 재해석해 태양의 아이코닉한 음색을 이식했다. 숨 쉴 곳이 생긴 ‘Love like this’에서는 그의 장점인 성대의 기교가 살아나고, 불필요한 반주를 뺀 ‘Yes’의 사뿐거리는 보컬도 함께 빛을 발한다. 뒤편에 자리 잡은 코러스, 칩 멍크 소스를 버무린 변주, 느끼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랩까지 각자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질서 있게 공간을 마련한 덕분이다.


최신화를 거친 K팝 시스템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검증했으니 기댓값과 결괏값이 같은 것도 당연하다. 빅뱅의 태양과 같으면서 또 다른 솔로로서 탄탄한 정체성이 재차 증명되었다. 유행하는 장르 음악과 팝을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현재의 어법에 맞추려는 획일적인 접근으로 고유한 성질 탐구라는 목적에 걸맞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서 공수한 애절한 알앤비 정공법이 예상을 깨고  파란색 본질을 발견했다. 이는 누군가의 독창적 접근, 그 시도를 허투루 넘기지 않은 예리한 직관, 작은 성공을 활용하는 창의성과 실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록곡-

1. Bad [추천]

2. Live fast die slow

3. Would you

4. Movie

5. Open up

6. Love like this [추천]

7. Yes [추천]

8. Now [추천]

9. G.O.A.T

10. 4U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