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의 ‘Golden’은 알렉스 워렌의 첫 정규 앨범 < You'll Be Alright, Kid >의 타이틀 곡 ‘Ordinary’와 빌보드 싱글 차트의 가장 높은 한 자리를 두고 경쟁을 펼쳤다. 비록 기간은 짧았으나 비슷한 양상은 올해도 있었다. 약 4년 간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방탄소년단의 ‘Swim’이 첫 주에 곧장 정상에 오른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들과 몇 주간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인 이가 있었으니 바로 엘라 랭글리다. 알렉스 워렌이 가스펠을 앞세웠다면 엘라 랭글리는 컨트리로 영미권의 절대적 공감을 유도한다. 그 결과 머리곡 ‘Choosin’ Texas’는 일곱 주간 1위 수성에 성공했다.
그래미 어워드는 최근 열린 행사부터 최우수 컨트리 앨범상을 컨템포러리와 트래디셔널 부문으로 나눴다. 한 장의 음반에 영예를 몰아주기에는 근 5년 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얼터너티브 컨트리의 유행이 버거웠음을 증명한 셈이었다. 비욘세의 < Cowboy Carter >가 있었고, 포스트 말론의 < F-1 Trillion >이 뒤따랐다. 이러한 맥락 속 엘라 랭글리의 작품은 어느 쪽에 두어야 할까. 곧바로 판단이 서지 않는다. 샤니아 트웨인이나 딕시 칙스로부터 받은 팝의 문법을 떨치면서도 로레타 린이나 돌리 파튼의 고전성, 특히 1980년대 조지 스트레이츠가 연 컨트리의 신전통주의(Neo-Traditionalism)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간 불려 온 민요 ‘Froggy went a courtin’’으로 출발해 페달 스틸 기타와 베이스 드럼에 집중된 ‘Dandelion’, 미란다 램버트와 함께 작업한 ‘Choosin’ Texas’에 닿는 전개는 강렬하다. 잇따른 곡 또한 마찬가지다. 컨트리 팝의 전형을 따르는 듯하면서도 언덕 위의 집이나 마당의 말, 더러운 작업복과 통기타 등 묘사하는 소재와 문장력이 1950년대를 전후로 하는 클래식 넘버의 그것과 유사하다. 중점은 메시지. 넉넉지 못한 집안에서 태어나 음악에 꿈을 품고, 여성으로서 부딪힌 벽과 컨트리 신의 여전한 천장을 노래한다. 고통의 일상을 민들레 하나로 대비한 초입을 건너 데뷔작 시기의 감정 기복을 고백한 뒤, 점차 성공의 길로 향한다는 본인만의 시각까지 시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소리와 서사의 개성이 발을 맞춘다.
‘It wasn’t god who made honky tonk angels’의 선택은 확고한 자기 의지의 표명이다. 1952년 키티 웰스 명의의 원곡은 여섯 주간 컨트리 차트 정상을 독점하며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컨트리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 곡이 남성의 불량한 마음이 여성을 얼마나 다치게 할 수 있는지를 신의 역할에 빗대 적나라하게 풀어낸 운동성 음악이라는 점에 있다. 그 후로 돌리 파튼이나 로레타 린은 물론 작년 세상을 떠난 마리안느 페이스풀 등이 재해석하여 차별에 저항하는 컨트리 음악의 기수로 자리 잡았다. 시대의 문법을 넘나드는 그는, 시선의 끝이 컨트리 팝에 있든 정통 블루그래스에 있든 간에 내면을 고백하는 일 앞에서 굳이 한 쪽으로 치부하려는 건 결국 소모적 행동일 뿐임을 강조한다.
무언가가 유행하기 시작하면 시류에 편승한 복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크게 메인스트림 팝과 힙합 그리고 컨트리가 미국의 대중음악 시장을 삼분한 지는 꽤 오래됐지만, 최근 몇 년의 흐름은 유독 컨트리가 강세였다. 그만큼 양산된 아류의 물량 공세에 열병을 앓는 와중, 누군가는 나타나야 할 시점이었다. 마침 등장한 엘라 랭글리는 뒤를 돌아 ‘과거를 아는 자가 곧 힘을 가진 자’라고 외친다. 또 음악으로 설파하고 증명한다. 그곳에 자신을 투영해 내기까지 했으니 빌보드의 싱글 차트와 컨트리 차트, 라디오 에어플레이 차트까지 한꺼번에 정상을 차지한 최초의 여성 솔로 아티스트라는 기록은 어쩌면 그리 놀랍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