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케이팝 데몬 헌터스 (Soundtrack from the Netflix Film)
V.A(Various Artists)
2025

by 정기엽

2025.07.08

음과 음을 곱하면 양이 된다. 관념적 K팝과 영화의 스토리라인 각각이 신선한 객체는 아니지만, 그만큼 세계적으로 잘 이해된 두 가지를 합치니 시너지가 일어난 것. 사이마다 영미권 제작진이 대한민국 정서에 대한 철저한 탐독 아래 삽입한 디테일이 존재하기에, 쉽고도 파고들 틈이 많은 작품이 탄생했다. 팬덤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덕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OST가 빌보드 앨범 2주 연속 진입, 싱글 차트에도 여러 곡을 쏘아 올린 쾌거를 이룩하는 중이다.


대중예술은 선입견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 공식을 잘 수용한 본작은 해외에서 주로 소비되는 K팝의 전형을 따른다. 더블랙레이블 사단 프로듀서들이 다수 포진했기에 ‘How it’s done’과 ‘Takedown’ 같은 트랙은 테디의 주도 하에 탄생한 블랙핑크의 히트 공식을 잇고, 월드투어를 성황리에 이어가는 트와이스의 목소리를 빌린다. 극에서 루미가 진우에게 반하는 장면에 쓰인 멜로망스 ‘사랑인가 봐’의 삽입 또한 K-드라마의 클리셰를 따온 유머이지 않던가.


뮤지컬 영화 < 컴 프롬 어웨이 > 작곡과 < 위키드 > 음악 고문을 맡았던 영화음악가 이안 에이센드래스의 참여는 영화다운 정서적 다이나믹을 높였다. 두 주연이 속내를 털어놓는 듀엣 ‘Free’와 극의 최종장에 노래하는 ‘What it sounds like’는 사운드트랙 특유의 감정 고양과 집중을 돕는다. 사실 이런 곡들은 < 하이스쿨 뮤지컬 > 혹은 < 겨울왕국 > 등의 몰입을 위한 장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Golden’은 같은 맥락에 K팝을 더해 차별점을 둔다. 아이브가 떠오르는 박진감 넘치는 스타일에 서사를 덧입혀 메인 테마를 풍성하게 꾸민다.


감독인 매기 강이 K팝을 얼마나 연구했는지는 사자 보이즈의 두 곡에서 드러난다. 에이치오티(H.O.T.)가 ‘행복’ 이후 ‘We are the future’로 커리어를 잇는 모습을 참조했다는 증언과 일치하는 배치가 인상적. 제목에서부터 청량함을 드러낸 수많은 콘셉트가 연상되는 ‘Soda pop’은 듣기 편하고, 그만큼 가장 손이 많이 가게 만든다. ‘Your idol’ 역시 어두운 분위기의 정석을 보여준다. 코러스와 더불어 퍼포먼스를 절로 연상케 하는 마성이 뛰어나다. 극에도 수록되었듯 전자는 엑소의 ‘Love me right’이, 후자는 ‘Obsession’, ‘Mama’가 레퍼런스가 되었을 거라 예상한다. 높은 해상도로 K팝 히트를 재현했다.


국외에서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한국에 대한 존중이 크게 돋보인다. 연예계 온상이 여러 장면을 통해 엿보이고, 극중 중요한 키워드인 “혼문”을 소개하기 위해 1950년대 김시스터즈, 1990년대 에스이에스(S.E.S.) 등 걸그룹 오마주 등 한 시간 반 동안 현대와 과거를 아우르는 이 기조는 앨범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루미가 한의원에 들르는 신에 스쳐가듯 삽입된 죠커스 ‘오솔길’을 앨범에도 수록하며 국내 과거 음악에 대한 애정을 담은 것. 그러나 신곡들만 온전히 놓고 들을 땐 한계가 있고, 극을 다 보아야만 내포한 전율을 모두 느낄 수 있기에 한계가 명확한 것도 사실이다. 전곡이 설득력을 지니진 않았지만, 그중 특출난 몇몇이 앨범을 견인하는 점마저 국내 음악 신의 축소판 같다.


-수록곡-

1. Takedown (정연, 지효, 채영(TWICE))

2. How it’s done (EJAE, AUDREY NUNA, REI AMI(HUNTRX))

3. Soda pop (앤드류 최, Neckwav, 대니 청, Kevin Woo, samUIL Lee(Saja Boys)) [추천]

4. Golden (EJAE, AUDREY NUNA, REI AMI(HUNTRX)) [추천]

5. Strategy (TWICE)

6. Takedown (EJAE, AUDREY NUNA, REI AMI(HUNTRX))

7. Your idol (앤드류 최, Neckwav, 대니 청, Kevin Woo, samUIL Lee(Saja Boys)) [추천]

8. Free (EJAE, 앤드류 최(루미&진우))

9. What it sounds like (EJAE, AUDREY NUNA, REI AMI(HUNTRX))

10. 사랑인가 봐 (멜로망스)

11. 오솔길 (죠커스(Jokers)) [추천]

12. Score suite (Marcelo Zarvos)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