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의 고공 행진은 헌트릭스에게 데스티니스 차일드 이후 무려 24년 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한 여성 그룹이라는 명예를 안겼다. 열풍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 수 주째 1위를 지켜내고 있다. 명실상부 올해 대중음악계 최고의 히트 상품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러나 작중 대립하던 두 그룹이 현실에서는 손을 잡고 구르는 돌이 되기 이전까지 약 10주째 그 자리를 수성하던 박힌 돌의 만만찮은 저항이 있었다. 바로 알렉스 워렌이었다.
‘지극히 미국적’인 ‘Z세대의 기수’. 그는 성인이 되기 전부터 유튜브나 틱톡 등지의 플랫폼에서 이름을 알리며 가수로 등장한 2021년 무렵 이미 높은 구독자 수를 지닌 인플루언서였다. 비슷한 부류의 인물을 모아 방영했던 리얼리티 쇼 < 하이프 하우스 >가 넷플릭스의 품에서 성공하며 본격 명성을 얻었고, 곧 음악가의 길로 뛰어들었다. 최근 데뷔작 < Addison >을 영미 앨범 차트 10위권에 모두 안착시킨 배우 겸 가수 애디슨 래이도 같은 행로를 보인 경우다.
< You'll Be Alright, Kid >의 열쇠는 단연 가스펠이다. 여전한 화력을 자랑하는 컨트리와 이따금씩 투합하기도 하지만 하늘을 향하는 노랫말에는 변함이 없다. 음반의 확고한 방향성을 일러두기 위해 의도적으로 초입에 배치한 ‘Eternity’와 미국의 인기 연애 프로그램 < 러브 이즈 블라인드 >에 삽입되어 날개를 단 ‘Ordinary’가 그 예시다. 이어지는 ‘The outside’나 ‘Who I am’처럼 타악을 부각하는 빠른 속도의 곡이 잇따른다고 할지라도 메시지나 후렴구에 초점을 맞춘 코러스는 일정하다. 조실부모의 고통을 종교의 힘으로 덜어냈던 그간의 삶을 적극적으로 풀어헤치려 한 의도의 결과물이다.
오늘날 컨트리 신을 이끄는 조각 중 하나인 젤리 롤과 블랙핑크 로제의 보컬을 빌려 일변도의 지루함을 타파하려는 시도까진 좋다. 그러나 부실하다. 샤부지의 ‘A bar song (Tipsy)’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유행 쫓기, 포크 팝의 색채를 그려내지 못한 혼성 듀엣은 모든 수록곡이 엇비슷한 잔상 속에서 부유하고 있음을 되레 반증한다. 숀 멘데스와 < F-1 Trillion >의 포스트 말론을 섞은 ‘Troubled water’만은 역동적이나 이 또한 결국 타인의 것, 음반 단위로의 유기성은 물론 작품 전반의 표면이 고르지 못함이 여실하다.
충분한 여유를 확보한 상태에서 새 갈래로 노선을 비트는 일. 일찍이 그곳에서 밭을 일구던 이들에게는 바늘구멍을 더 좁히는 교란종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외형만 달라졌을 뿐 과거부터 항상 있어 왔던 모습이며 시장의 산물이기에 쉬이 손을 대긴 어렵다. 하나 대중 예술은 다르다. 높은 자유도 만큼이나 높은 잣대가 요구된다. 알렉스 워렌도 마찬가지. 지난해 치열했던 순위 경쟁과 금년의 빈집 현상, 장기 집권, 알박기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계속되는 와중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당장의 성과가 완성도를 의미하진 않는다.
-수록곡-
1. Eternity
2. The outside
3. First time on earth
4. Bloodline (with Jelly Roll)
5. Never be far
6. Ordinary
7. Everything
8. Getaway car
9. Who I am [추천]
10. You can’t stop this
11. On my mind (with ROSÉ)
12. Burning down
13. Catch my breath
14. Carry you home [추천]
15. Troubled water
16. Heaven without you
17. Before you leave me
18. Save you a seat
19. Chasing shadows
20. Yard sale
21. You’ll be alright, k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