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밝아 보이는 이도 속으로는 슬픔을 안고 있기 마련이다. 언제까지나 천진난만할 듯했던 썬더캣도 친우 맥 밀러를 떠나보낸 뒤 한동안 비애에 잠겨 살아갔다. 그런 그를 구렁텅이로부터 벗어나게 한 탈출구는 결국 음악이었다. 알코올 중독을 떨쳐내고 창작에 몰두해 < It Is What It Is >로 감정을 게워 낸 그는 6년 만의 복귀작에서 한결 환해진 얼굴을 내민다. 사이키델릭을 공통분모로 실력자들을 불러 모은 선공개 싱글 ‘No more lies’와 ‘I did this to myself’에서 뻗어져 나오는 펑키(funky)한 파장은 모타운의 영향력 아래서 자라나 2010년대 흑인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우뚝 선 이 별종 고양이의 재능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맥 밀러의 생전 녹음을 완성한 ‘She knows too much’에서도 긍정 에너지는 여전하다. 두 사후 앨범에 도사린 우울은 자취를 감췄으며 팽팽히 당긴 드럼에 올라타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떠드는 모습은 데뷔 초의 그것에 가깝다. 랩 파트 후에도 이어지는 트럼펫과 키보드 솔로는 자유분방한 기운을 끝없이 내뿜는다. 이처럼 베이스에 쏠렸던 무게중심을 여타 악기로 나눈 점 역시 작품을 한층 풍성하게 만드는 변화다. 신시사이저 연출이 긴장감을 불어넣는 ‘Candlelight’와 통통 튀는 전주의 ‘Anakin learns his fate’도 마찬가지다. 본래의 장기를 바탕으로 곡마다 미세하게 행한 변주가 적중한 결과 다양한 스타일을 오가면서도 응집력을 유지한 채 초입이 전개된다.
익숙한 영역을 넘어 합을 맞춘 객원 뮤지션들은 콜라주에 새로운 층위를 더한다. 레몬 트윅스의 따스한 햇볕 같은 손길이 스며든 ‘What is left to say’는 유려하고 싱그러운 화음이 고향 캘리포니아의 선샤인 팝을 그려내며, 하우스 비트 사이로 베이스가 춤추는 ‘This thing we call love’가 기존과 다른 결의 그루브를 형성한다. 윌로우와의 합작 ‘Thunderwave’는 개중에서도 가장 이질적이다. 물소리를 배경 삼아 트라이벌 퍼커션 위로 보컬을 쌓는 구성이 썬더캣의 작업물보다 < Petal Rock Black >에 가까운 까닭이다.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드물게 록킹한 넘버 ‘Funny friends’ 또한 동일한 궤에 있다.
중반부에 이르러 느껴지는 생경함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아델의 파트너 그렉 커스틴에게서 기인한다. 대중적인 터치를 곁들인 협업 트랙에 주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진 탓에 썬더캣이 홀로 나설 때마다 존재감이 옅어지는 것이다. 산만함이라는 대주제를 음반에 담아내려는 의도는 구현되었으나, 수많은 조각을 모아 자연스러운 흐름을 빚어냈던 < Drunk >에 비해 도드라지는 흠결임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고유의 매력을 상기시키는 ‘I wish I didn’t waste your time’과 베이스 속주를 선보인 ‘A.D.D. through the roof’ 모두 이전 앨범들에 수록되었다면 매끄럽게 녹아들었으리라. 마무리에 다다라서야 본연의 호흡을 되찾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뻔뻔히 따라 하는 ‘Great Americans’가 반가운 이유다.
< Distracted >는 썬더캣의 커리어를 통틀어 제일 야심 찬 작품이다. 특유의 유머 감각과 재지한 코드 진행은 유지하되 팝의 형식 안에 여러 요소를 정렬한 곡에서 보다 폭넓은 수용자층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야망이 드러난다. 네 장의 음반이 잇달아 호평받으며 그래미까지 거머쥐었기에 잡은 물고기에 만족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럼에도 오랜 동료 플라잉 로터스와 원래의 즉흥성을 언뜻 내보인 순간이 각별하기 때문일까, 계속해서 발전 중인 그에게 모든 장점을 집약한 결정체를 기대하게 된다. 이미 ‘Dragonball durag’과 실크 소닉의 ‘After last night’ 등에서 너른 솜씨를 입증해 왔으니, 남은 과제는 이를 한데 조화롭게 모으는 일뿐이다.
-수록곡-
1. Candlelight
2. No more lies (With Tame Impala)
3. She knows too much (With Mac Miller) [추천]
4. I did this to myself (With Lil Yachty) (Feat. Flying Lotus) [추천]
5. Funny friends (With A$AP Rocky)
6. What is left to say (Feat. The Lemon Twigs) [추천]
7. I wish I didn’t waste your time
8. Anakin learns his fate [추천]
9. Walking on the moon
10. This thing we call love (With Channel Tres)
11. Thunderwave (With WILLOW)
12. Pozole
13. A.D.D. through the roof
14. Great Americans [추천]
15. You left without saying goodbye



